美 터프츠대 연구진 개발

전염병 백신을 냉장고 없이도 장기 보관할 수 있는 획기적 방법이 미국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미 터프츠대 연구진은 전염병 백신과 항생제를 최고 섭씨 60도의 고온에서도 6개월 이상 변질되지 않게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9일자에 발표했다.

매년 1700만명이 전염병으로 숨지는 지구촌에서 백신을 통한 구호사업을 펼 때 가장 큰 골칫거리가 냉장문제다. 백신과 항생제는 섭씨 2~8도에서 보관하지 않으면 성분이 변질돼 약효가 사라진다. 하지만 북한과 아프리카 등지의 최빈국에선 냉장고도, 이를 돌릴 전기도 부족하다. 저개발국에 지원한 백신의 절반 이상이 변질돼 그냥 버려진다는 게 세계보건기구의 추정이다. 백신 보급 예산의 80%가 냉장인프라(냉장고와 전기설비)를 갖추는 데 들어갈 정도다. 예컨대 북한을 지원하는 한 국제구호단체는 전기가 없이도 가동할 수 있는 보급형 태양열 냉장고까지 개발하는 중이다.

터프츠대 연구진이 개발한 새 백신 보관도구는 누에고치에서 뽑아낸 실크 단백질. 거미와 명주실의 주성분인 이 단백질은 인체에 무해하면서 고온에 변질되지 않는다. 또 수분을 밀어내는 성질을 지닌 무수한 미세 구멍들이 있다. 백신을 여기에 주입한 뒤 한 번만 냉각하면 실크 단백질이 수분과 외부의 열을 차단해 백신 분자들이 변질되는 것을 장기간 막아준다. 기포가 들어있는 비닐포장재(버블랩)로 유리 그릇을 감싸는 것과 같은 원리다.

연구진은 홍역·볼거리·풍진 백신을 실크 단백질에 주입해 섭씨 37~60도 환경에서 냉장고 없이 6개월을 지낸 뒤 검사했다. 그 결과 백신 약효는 85%가 살아 있었다. 페니실린과 여드름 치료에 쓰이는 항생제 '테트라사이클린'도 보름에서 한 달 이상 냉장고 없이 보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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