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바클레이즈은행의 투자·분석 자회사인 바클레이즈 캐피탈은 14일 남북한이 통일을 이룩해 20년간 북한의 소득 수준을 남한의 50%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면 대략 5628억달러가 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클레이즈 캐피탈은 이날 발표한 ‘통일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지난해 남한 GDP(국내총생산)를 4200억달러라고 했을 때 20년간 남한 GDP의 134%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또 20년간 북한 소득 수준을 남한의 75%까지 끌어올리려면 남한 GDP의 190%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독일이 통일할 당시 서독은 동독 경제 규모의 5배였지만 한국은 북한의 20배에 달한다”며 “남한의 북한 흡수 통일이 보다 쉬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독일의 경우 임금교섭이 중앙집권화 돼 전국 규모로 이뤄졌지만 남한은 회사별로 이뤄지고 임금의 유연성이 크다는 점도 통일에 따른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유리한 점으로 지적됐다. 독일은 통일 이후 동독 노동자들이 대규모 실직해 이를 보상하는 데 엄청난 자금이 추가로 들었지만 남한은 임금 교섭에 있어서 유연성이 커 실직을 줄일 수 있어 추가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

보고서는 “한국이 북한과 통일하면 파산할 것이라고들 말하지만 올바른 정책을 편다면 현재의 신용등급인 BBB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통일 자금을 국방비 절감과 해외개발은행 원조, 해외 직접 투자 유치를 통해 조달할 수 있지만 이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며 “외채와 국채 증가, 세금 인상, 경제성장률 감소 등 다양한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지나친 외채 의존은 국가신용등급을 떨어뜨리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손정미기자 jmson@chosun.com

종일 이후 남·북한 소득 격차 해소에 드는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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