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 평양 보건성에 보관된 '7명 사망확인서' 입수
메구미, 2004년 12월 '울병' 사망… 北주장보다 10년 더 생존
北이 日로 '메구미 유골' 보낸 건 2004년 11월… 가짜로 판명
국군 포로 한만택씨는 탈북 실패 후 2009년 뇌파상으로 사망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14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통해 총 7통의 사망확인서를 열람했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통영의 딸' 신숙자씨, 일본인 납치피해자 요코타 메구미(橫田めぐみ·북한명 류명숙), 2004년 말 탈북했다가 중국 공안에 의해 강제 북송된 국군포로 한만택씨의 것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본지는 관계 부처와 정보 당국에 최 대표가 확보한 문건의 진위 확인을 요청했으나 "판정하기 어렵다"는 대답을 들었다. 최 대표는 2000년 이후 국군포로 및 납북자 19명과 그 가족 53명을 구출시키는 과정에서 전문성을 축적해 왔다. 본지는 이번 사안의 중대함을 감안해 최 대표의 주장을 보도하기로 결정했다.

최 대표가 공개한 사망확인서 필사본에 따르면 '통영의 딸' 신숙자씨가 2008년 11월 23일 사망했다. 최 대표는 "북한 내부 소식통을 통해 평양의 보건성(보건복지부 격) 관련 기관에 보관된 신씨 사망확인서의 필사본을 입수했다"며 "사인은 간(肝)경변"이라고 말했다.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는 지난 4월 27일 유엔 '임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 그룹'에 "신씨가 1980년대부터 앓아오던 간염으로 사망했다"고 했지만 사망일은 밝히지 않았다.

사망 당시 신씨의 주소는 '평양시 대성구역 룡북동'으로 돼 있다. 이곳엔 우리의 기무사 격인 보위사령부 본부가 있다. 주소란에는 또 '영 98'이라는 표시가 있다. 최 대표는 "요덕수용소 위치가 함경남도 영흥군(현 금야군)"이라며 "신씨가 요덕수용소를 1998년에 나왔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했다. 사망확인서를 발급한 기관은 '제695호병원'이다. 이 병원은 간첩 양성 기관인 김정일 정치군사대학의 부속 시설이다.

◇北주장보다 10년 더 생존한 메구미

사망확인서 필사본 7통 중에는 일본인 납치 피해자 요코타 메구미 관련 자료도 있다. 이에 따르면 메구미의 사망일은 2004년 12월 14일이다. 북한이 일본 정부에 밝힌 날짜(1994년 4월 13일)와 10년 8개월 차이가 난다.

북한은 2002년 일본에 메구미가 1993년 3월 13일 사망했다고 통보했다가 "북에서 메구미를 1994년에도 봤다"는 증언이 나오자 메구미의 사망일을 1993년 3월 13일에서 1994년 4월 13일로 바꾼 바 있다. 이를 계기로 일본에선 메구미 생존설이 꾸준히 나왔고, 2004년 11월 북이 메구미의 것이라며 일본에 보낸 유골도 가짜로 판명됐다. 사망확인서에 기재된 메구미의 사인(死因)과 확인서 발급 기관은 각각 '울병(우울증)'과 '49호 예방원(정신병원)'으로 돼 있다.

◇국군 포로 한만택씨 사망 확인

2004년 말 탈북했다가 중국 공안에게 강제 북송된 국군 포로 한만택씨의사망일은 2009년 9월 25일이다. 2004년 말 강제 북송된 뒤 한씨의 생사는 오리무중이었다. 2010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 당시 정부는 북측에 한씨의 생사 확인을 요구했으나 북한은 '확인 불가'라고 통보했다. 한씨는 육군 8사단 소속으로 형 만순씨와 함께 6·25전쟁에 참가했다가 1953년 6월 중부 전선 김화전투에서 중공군 포로가 됐다. 사망확인서에 한씨의 주소는 '함경북도 무산군 삼봉, 개 08'로 표기돼 있다. 2008년 개천 정치범 수용소(14호 관리소)에서 풀려나 말년은 함북 무산의 자택에서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사인은 '심한 뇌파상으로 인한 사망'이라고 돼 있다.

◇납북 어부 4명 사망 확인

납북 어부 강여진·이기하·윤삼문·박상원씨의 사망도 이번에 확인됐다. 강씨(1983년 9월 15일 사망)는 1972년 5월 북에 납치된 금해호 선원이었고, 이씨(1997년 9월 7일 사망) 등 나머지 세 사람은 1975년 8월 납치된 천왕호 선원 출신이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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