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밤에 나온 이한동(이한동) 국무총리의 ‘북한 조선중앙통신 망발’ 발언으로 여권은 13일까지 심각하게 돌아갔다. 이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의원들과 문답하는 도중에 ‘북한 통신사가 한나라당 이회창(이회창) 총재에게 욕설을 한 것은 망발’이라는 답변을 했다. 여권은 이 발언이 북한을 자극할까봐 크게 우려한 듯했다.

민주당과 청와대가 심야에 급하게 조율을 벌였고, 장본인인 이 총리도 발언 의도가 왜곡됐다는 해명에 분주했다.

이 총리는 13일 오전 9시20분쯤 이택석(이택석) 총리비서실장 등과 함께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방문했다. 이 총리는 기자들이 방문 이유를 묻자 “못 올 데가 어디 있어”라고 말한 뒤 서영훈(서영훈) 대표를 만나기 위해 들어갔다. 하지만 측근들은 “전날 발언을 해명하러 미리 연락하고 왔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망발’이라고 한 부분은 ‘놈’ 등 북한 욕설 부분에만 해당하는데, 야당이 확대 해석한다”고 말했다고 배석했던 민주당 김덕배(김덕배) 대표비서실장이 전했다.

이때쯤 청와대에선 박준영(박준영) 대변인이 기자들과 만나 “야당 의원들의 유도성 발언에 말려 이 총리가 ‘망발’이란 표현을 쓴 것 같다”고 해명했다. 박 대변인은 그러면서도 최근의 남북 상황에 대한 청와대의 우려를 전해, 이 총리 발언을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이 총리의 발언이 나온 직후인 지난 12일 밤 국회 원내총무실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망발’ 발언 못지않게 이 총리가 ‘나의 대북관도 이회창 총재의 대북관과 흐름을 거의 같이 한다’고 말한 부분도 지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민주당 측에 “이 총리의 발언이 남북정상회담 이후 모처럼 조성된 북한과의 화해 무드에 균열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는 우려를 전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13일 이 총리의 서 대표 방문 직후부터 파문 최소화에 주력했다. “(이 총리의 문제 답변은) 계속된 대정부질문으로 이 총리가 피곤해졌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왔다. 민주당은 이 때문인지 원래 본회의장에서 서서 진행하는 일문일답식 대정부 질문을 앞으로 답변자는 앉아서 대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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