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강도 높게 실명비난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자료사진)


"새누리당 패배 바라는 노골적 총선 개입"

북한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갑자기 맹비난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그동안 한나라당의 후신인 새누리당을 연일 공격해온 북한이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적 있는 박 비대위원장에 대한 실명비난은 가급적 자제해왔기 때문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유신 독재의 망령이 떠돈다'는 제목의 글에서 "박근혜가 독재적 근성을 천성으로 타고났다"며 "그는 자기 출신을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랑으로 여긴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노동신문은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이 박근혜의 수중에 완전히 장악됐다"며 "박근혜의 독단과 전횡은 사람들을 놀래운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또 "박근혜가 유신 독재를 공공연히 미화하고 (유신의) 부활을 시도한다"며 "남조선에서 박근혜가 보수정치의 전면에 나서자 역사의 기슭에서 꺼져가던 유신 독재의 잔당들이 기세가 올라 도처에서 고개를 쳐들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며칠 전 '박정희기념관'이 개관됐다"고 전하며 `남조선 언론'을 인용해 박 위원장이 기념관을 선거에 이용한다는 주장까지 폈다.

신문은 박 비대위원장이 "북이 도발하면 단호히 응징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하며 "박근혜는 북남대결에서도 악명을 떨친다. 그가 아무리 '변화'와 '쇄신'의 화려한 면사포를 써도 파쇼적이며 반통일적인 유신의 혈통을 이어받은 자기의 본색을 감출 수 없다"고 박 비대위원장의 대북관을 겨냥했다.

이처럼 북한이 박 비대위원장에게 초점을 맞춰 맹비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은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연일 비난을 쏟아냈지만 박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는 가급적 구체적인 언급을 피해왔다.

김정일 위원장과 만났던 남측 인사까지 김 위원장 우상화에 이용하는 북한은 과거 김 위원장과 면담한 적 있는 남측 인사들에 대해서는 되도록 직접적인 비난을 자제해왔다.

박 비대위원장은 한국미래연합 창당준비위원장 시절인 2002년 5월13일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면담했다. 당시 두 사람의 면담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의 2세들의 만남이라 시선을 끌었고, 김 위원장은 박 비대위원장을 환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두 사람은 "평화통일을 위해 같이 힘을 합쳐 노력하자"는 '약속'까지 하기도 했다. 이후 북한은 박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는 비난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북한 당국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신문이 박 비대위원장의 실명을 직접 거명하며 강도높게 비난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이번 4월 총선에서 반북(反北) 성향의 새누리당이 패배하기를 바라는 북한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 시도라고 분석한다.

박 비대위원장이 새누리당을 이끄는 사실상의 대표가 된 만큼 그를 공격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북한은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보수패당이 재집권 하면 북남관계는 파탄"이라는 논리를 펴며 이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집중적으로 공격해왔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이 대통령, 새누리당, 박 비대위원장을 '하나'로 본다"며 "북한이 총선을 앞두고 남남갈등을 유발하고 한국 정치에 개입하려는 의도를 보다 구체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