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민군 제397부대가 작년 11월12일 ‘오중흡7연대’ 칭호를 쟁취한 기념으로 부대 연혁 등을 담아 만든 현황판.

북한은 지난 96년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보위하기 위해 특수 부대를 극비리에 창설하고 이 부대 이름을 항일빨치산 시절의 전설적 부대로 선전해 온 ‘오중흡7연대’로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95년 초부터 인민군 육ㆍ해ㆍ공군의 각 병과별로 최고의 평가를 받는 군관과 하전사들을 극도의 보안 속에 선발, 험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평남 양덕과 맹산의 산악지대에서 1년정도 혹독하게 훈련시킨 뒤 이 부대를 창설했다고 북한군의 내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들이 전했다.

오중흡 7연대는 1938년 김일성이 항일 유격대 시절 일본군 토벌대에 쫓길 때 토벌대를 유인해 김일성의 안전을 지킨 부대로 선전돼 왔다. 북한이 이 특수부대의 명칭을 오중흡7연대로 정한 것은 당시처럼 김정일을 보위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북한이 오중흡7연대 부대원들을 선발할 때 ‘혁명의 사령부를 보위하자’고 했는데 이는 김정일을 보위하자는 의미였다는 것이다.

오중흡7연대는 부대 명칭과 달리 연대급 편제가 아니라 사단급(12,000~14,000 명)과 군단급(15만여명) 사이의 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대의 대장도 일반 연대장처럼 계급이 상좌가 아니라 중장(한국의 소장)이다.

오중흡7연대의 임무는 김정일의 보위 뿐만 아니라 그가 지시하는 극비 특수 작전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김정일이 지난 90년대 말부터 인민무력부에 들를 때마다 헬리콥터를 이용한 기동력으로 작전을 펴는 이른바 ‘강습 보병’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강조해 왔는데 오중흡7연대가 바로 모든 작전을 헬리콥터로 수행하는 북한의 유일한 부대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오중흡7연대의 초대 대장에는 북한군에서 최고의 전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아 왔던 2사단의 이 모 사단장이 임명됐다. 40대 후반의 이 사단장은 김정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중흡7연대의 위상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것은 이 부대의 대장이 타는 자동차가 모두 4대로 일반 사단장보다 2대나 많다는 사실이다. 오중흡7연대의 대장은 벤츠, 군용 벤츠(산악 벤츠로 주문 생산한 것으로 지프형), 우아즈(러시아제 군용 지프), 지휘 장갑차(통신 시설 장착) 등 4대의 차량을 이용할 수 있고 일반 사단장에겐 군용 벤츠와 지휘 장갑차 등 단 2대밖에 나오지 않는다. 오중흡7연대의 대대장에게도 군용 지프가 나오는데 일반 사단의 경우 연대장 때부터 지프가 나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 부대와 달리 훈련 시 소비할 수 있는 실탄량이 10배나 많은 것도 오중흡7연대가 특별 대우를 받는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오중흡7연대의 각 부대는 또, 일반 사단에 4대밖에 없는 러시아제 5톤 트럭을 이용한다.

북한이 지난 98년부터 일반 부대들을 대상으로 ‘오중흡7연대 칭호 쟁취 운동’을 벌여 오고 있는 것은 이 오중흡7연대의 존재에 대한 보안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오중흡7연대의 존재 사실을 대외적으로 감추기 위해 이 같은 운동을 벌이게 된 것은 지난 70년대에 창설했다가 한국과 미국 군 정보기관에 의해 탄로가 나 해체하고 말았던 ‘534군부대’란 특수 부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당시 북한은 함남 허천에 주둔하면서 전투력을 자랑하던 534군부대의 존재가 ‘허천에서 호랑이 새끼가 자라고 있다’는 박정희 대통령의 언급 등으로 한국에 의해 확인된 것으로 밝혀지자 즉각 해체했다고 한다.

/이교관 기자 haed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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