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빔을 예쁘게 차려입은 어린이 세 명이 세배를 하고 있다. 표정은 밝고 몸가짐은 단아하다.

2002년 북한 달력은 어린이들의 환한 웃음으로 열리고 있다.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일장군님께 새해 설 인사를 드립니다』는 문귀도 빠지지 않는다.

고난의 땅 북녘에도 새해가 밝았다. 금년에는 정말 북녘 동포들이 달력속의 어린이들처럼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기를 빌어 본다. 그러나 그것은 잘 훈련된 외형적인 웃음이 아니라, 내면의 충만감이 솟아나는 자연스런 미소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새해는 북한 주민들이 절대 기아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재해를 피하고 국제적인 지원이 지속돼야 하며, 주민들이 더욱 열심히 일해야겠지만 그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될 수 없다. 농민들의 자발적인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농업 구조개혁 없이는 식량난의 질곡을 떨쳐버리기 어려울 것이다. 협동농장의 분조제를 가족도급제 형식으로 바꾸고 토지의 소유권은 아닐지라도 경작권만이라도 보장해 주는 조치가 시급하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생산을 보장해 줄 이 일을 위해 필요한 것은 오직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뿐이다. ‘아버지 김정일장군님’이 인민들의 굶주림 해결을 위해 이 정도 결심도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북한 동포들이 좀더 여유있는 생활을 할려면 대외 개방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김정일 위원장은 작년 중국 상해 방문때 『천지개벽』발언으로 북한 주민들의 기대를 부풀게 했으나 아무런 구체적인 조치가 없이 구두선(구두선)으로 끝내 버렸다. 새해에는 신의주와 개성 등의 개방 계획을 실천에 옮기고, 한국과 외국의 기업들이 북한내에서 보다 효율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제도적 보장을 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북한으로서는 가장 손쉽게 외화를 벌어들이면서 경제복구의 토대를 마련하고, 국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북한 당국은 「9.11 테러」 이후 시대의 새로운 국제사회를 살아나가는 방식을 터득해야 한다.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 등과 어떻게 어울릴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핵과 미사일 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숙고해야 한다.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깨닫는 데는 지난 몇 년간의 고난으로도 충분하지 않겠는가.

「영원한 수령」의 90회, 「경애하는 아버지」의 60회 생일이 겹친 금년이 북한의 일반주민들에게도 진정한 축제의 한 해가 돼 희망의 미소를 찾기를 고대한다./김현호 통한문제연구소장 hh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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