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청와대가 언제부터 친북세력이었느냐’라는 한나라당 권오을(권오을) 의원의 발언으로 국회가 7시간 정도 정회됐으나, 권 의원의 유감 표명으로 본회의를 재개했다.

◆발단

12일 청와대 남궁진(남궁진) 정무수석이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한나라당 이회창(이회창) 총재 비난은 북한이 잘못했지만 이 총재도 사려깊게 생각해야 한다”며 “국민들은 앞으로 남북 화해에 도움이 되는 지도자를 선택할 것”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13일 한나라당은 격앙했다. 권철현(권철현) 대변인은 “이제 북한이 싫어하는 사람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의원들은 의원총회 결의문에서 “청와대의 말은 북측의 호불호(호불호)에 따라 이 나라의 대통령도 결정된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처럼 들린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의 발언은 이 직후에 나왔다.

◆권 의원 발언 상황

국회 대정부질문 사흘째인 이날 권 의원은 질문을 통해 “정작 놀라운 것은 이 사태에 대한 청와대의 논평과 정부의 태도다. 청와대의 친북반이(친북반이) 입장에 주목한다. 언제부터 친북세력이 되었는가. 2박3일 만에 만리장성이라도 쌓은 것이냐”고 발언했다. 권 의원은 “정부는 무엇이 두려워 북한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가”라며 “그런 저자세가 북한의 오만한 태도를 불렀고, 언론의 입북 거부 사태를 낳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의석이 발칵 뒤집혔다. 천정배(천정배) 의원은 즉각 의사진행발언을 신청, “한나라당이 정상회담 성과를 훼손하려 혈안이더니 결국 오늘 권 의원의 망언이 나왔다”면서 이회창 총재와 권 의원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고, 민주당 서영훈(서영훈) 대표까지 분을 참지 못한 듯 한나라당 의석을 향해 삿대질을 했다.

이어 한나라당 이병석(이병석) 의원이 다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권 의원이 쓴 ‘친북’이라는 용어는 ‘북한을 이해하고 충언한다’는 뜻”이라고 주장하자,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말장난하지 말라”는 고함이 터져나왔다.

이만섭(이만섭) 국회의장은 “북한 보도 하나의 잘못으로 여야가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게 누구에게 도움이 되느냐”면서 정회를 선언했다.

◆수습 과정

정회 직후 열린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각각 의원총회를 열어 상대방을 강력 비난했다. 청와대 박준영(박준영) 대변인은 기자들의 논평 요청에 “민주사회이기는 하나 규칙이 있어야 하고, 언론자유가 있으나 분별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총회 후 김옥두(김옥두) 사무총장은 ‘권 의원 제명 추진’ 의사를 밝혀, 여야관계는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오후 5시쯤 남궁진 수석이 한나라당 주진우(주진우) 총재비서실장과 김기배(김기배) 사무총장에게 전화해 “내 뜻이 잘못 전달됐다”고 사과해 수습의 실마리가 풀렸다.

이어 양당은, 권 의원이 본회의 신상발언에서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수습하기로 합의하고 6시30분쯤 본회의를 재개했다. 권 의원은 “‘친북세력’ 표현은 용공세력이란 뜻이 아니었다”며 “그런 오해가 있었다면 대단한 유감이며, 속기록 관련 부분은 의장에게 위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이 부분을 속기록에서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신정록기자 jrsh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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