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후 북한'전망 "현상유지" "점진개혁" 양론팽팽

북한은 향후 10년간 어떻게 변할 것인가.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현상 유지’(10명)와 ‘점진적인 개혁’(9명), 양론으로 팽팽하게 갈렸다. 북한의 딜레마는 체제 유지를 위해서는 경제개혁을 해야 하지만, 개혁을 하면 체제가 흔들리게 된다는 데 있다. 점진적인 개혁 쪽에 가세한 이들은 전자를 주목한 반면, 현상 유지를 전망한 사람들은 후자에 무게 중심을 두었다.

로버트 아인혼(Einhorn)은 “김정일의 상하이 방문에도 불구하고 중국식 개혁을 시도하려는 증거는 없다”고 했고, 고든 플레이크(Flake)는 “북한은 붕괴의 조짐도, 개혁의 조짐도 없다”고 분석했다. 래리 닉쉬(Niksch)는 북한의 완벽한 주민통제를 거론하면서 “한·미의 정책 결정자들이나 전문가들이 1995년과 96년 때처럼 북한붕괴론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윌리엄 테일러(Taylor)는 “경제붕괴는 정권의 붕괴로 이어지기 때문에 북한이 결국 점진적인 개혁을 택할 것”이라고 했고, 오기창은 “북한이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중국식 모델을 따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케네스 퀴노네스(Quinones)는 “북한이 무기 생산과 수출에서 민간 상품으로 산업을 이전하려는 명백한 징표들이 있다”고 주장했고, 데니스 맥나마라(McNamara)는 “중국이 북한의 개혁이 지역 안정을 증진시킨다고 판단한다면 북한은 개혁에 대한 압력을 거부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두자릭(Dujarric)은 응답자 중 유일하게 “체제의 약점을 감안할 때 2010년까지는 북한이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북한과 같은 공산국가는 개혁하지 않고 붕괴할 뿐”이라고 말했다.
/ 워싱턴=주용중 특파원 midway@chosun.com

미·북관계 현안 대량살상무기·핵사찰이 초점

미·북간의 가장 심각한 이슈에 대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의 견해는 미사일과 생화학무기(8명), 제네바 협정과 핵문제(7명) 두가지로 압축됐다.

랄프 코사(Cossa), 미첼 라이스(Reiss), 폴 챔벌린(Chamberlin), 피터 벡(Beck), 로버트 두자릭, 스티브 코스텔로(Costello) 등은 일제히 북한의 미사일 확산과 생화학무기 수출이 부시 행정부의 최고 관심사라고 진단했으며, 이 가운데 피터 벡은 “북한이 탈레반과 기타 불량국가들에게 대량살상무기를 판매했다는 소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오기창은 “미국은 현재 미사일 방어에 몰두해 있으며, 북한이 미사일 개발과 수출을 최소화지 않으면 미국은 심각한 잠재적 위협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제네바 협정을 우선적으로 지목한 사람들은 경수로 핵심부품 인도 전에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과거 핵사찰을 받아야 한다는 합의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를 가장 우려했다.

래리 닉쉬는 “부시 행정부는 2003년 중 경수로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면서 “올해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조명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윌리엄 테일러와 케네스 퀴노네스는 과거 핵활동 규명을 위한 사찰 문제가 타결되지 않을 경우, 우발 또는 오판에 의한 전쟁 위험성까지 거론했다.

래리 워츨(Wortzel), 에드워드 베이커(Baker), 대럴 플렁크(Plunk) 등 3명은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문제를 가장 심각한 이슈로 꼽았다. 플렁크는 “재래식 군사력 감축 여부로 북한의 진정한 의도를 시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베이커는 “북한은 미국이 10여년만에 처음으로 이 문제를 꺼낸 것은 관계 개선을 지연하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해결과제 '대북 정책공조 회복' 급선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미 양국 정부의 대북 접근을 둘러싼 이견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대북정책의 공조 회복을 한결같이 주문했다.

케네스 퀴노네스는 “대북 협상과정에서 누가 주도권을 가질 것인지에 대해 부시 행정부와 김대중 정부간에 이견이 있다”고 전제한 뒤, 공화당 보수파의 김 대통령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거론하면서 “양 지도자간에 관계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래리 닉쉬는 “재래식 군사력 문제, 평화협정 등에 대해 한미간 역할분담을 엄격히 적용하려는 태도가 한미간의 분열과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고 했고, 데릭 미첼(Mitchell)은 “한국에서 반미정서의 증가, 특히 주한미군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든 플레이크는 “미국은 남북관계의 종속변수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통일에 반대하거나 남북관계 악화의 원인’이라는 한국내의 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한 반면, 윌리엄 테일러는 부시 행정부의 일방적인 대북접근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동맹 관계 자체를 우려하는 사람은 없었다.

장기적으로 데럴 플렁크는 미군 주둔 문제를 포함한 통일후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조엘 위트(Wit)도 남북관계의 점진적 개선에 따른 한미동맹의 미래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온 시걸(Sigal)은 “세계경제 환경이 실질적으로 호전되지 않으면 양국간의 무역과 금융관계도 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기창과 데니스 맥나마라는 양국간 상호 이해와 존중, 양국 민간차원의 관계 증진이라는 거시적 과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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