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지원기미 안보이자 해외단체에 매달려

북한이 최근 해외 민간단체들에 쌀지원을 요청하는 등 어느때보다 쌀 확보에 필사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강성대국 원년'이 당장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뚜렷한 경제적 성과가 없어 주도계층에 대한 충분한 식량배급이라도 보장해 내부불만을 누그러뜨리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1일 통일부와 국내 대북지원단체들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현재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에 대한 북한당국의 사과를 요구하며 1년 넘도록 식량지원을 재개하지 않고 있고 민간차원의 쌀지원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남측이 북한에 쌀을 지원한 것은 지난해 10월 수해지원용으로 5천t을 보낸 것이 마지막이다.

북한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국내 대북지원단체들과의 접촉에서 쌀지원을 적극적으로 요청했지만, 남북한 당국의 긴장관계가 지속되자 올해 초부터는 사실상 쌀지원에 대한 기대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지원단체 관계자는 "북한이 남쪽 단체들에 그런(쌀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한 것은 올해 초까지의 일"이라며 최근에는 쌀지원 요청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다른 단체 관계자도 "최근 남북관계가 어떤가를 그들도 잘 알고 있다. 말은 해도 적극적으로 요청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남한의 쌀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최근 북한은 해외 대북지원단체들을 상대로 쌀 챙기기에 필사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료사진/
北시장에 등장한 대한적십자사 포대 (서울=연합뉴스) 10일 오후 서울 동국대에서 개막한 북한국제인권영화제의 기획작품 `노스코리아 VJ'(North Korea VJ이시마루 지루 감독)에 소개된 2005년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 수남시장 풍경. 대한적십자사가 인도적 물품을 지원하는데 사용했던 쌀 40㎏ 분량의 포대가 쓰이고 있다. 2011. 11. 10 <<㈔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동영상을 캡처해 제공>>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미 서부 로스앤젤레스의 민간 대북지원단체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관계자를 인용, 올해 초 북한 측 담당자가 평소와 달리 식량사정이 어렵다면서 쌀지원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 단체는 1990년대 후반부터 17년 동안 매달 20t의 밀가루를 지원해왔는데 쌀을 보내달라는 요청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전했다.

또 대만에 본부를 둔 한 자선사업기금회도 지난 7월 쌀을 보내달라는 북한의 요청에 따라 지난 11일 북한에 쌀 1만3천t을 지원하기 위해 자원봉사자 40명을 북한에 보냈다. 유럽의 대북지원단체들도 올해 북한측 요청으로 쌀 1천t을 지원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처럼 해외 대북지원단체들에까지 쌀을 요청하며 쌀 확보에 주력하는 것은 강성대국의 해인 내년에 북한의 특정계층에 쌀 배급을 보장해주려는 목적이 가장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정권의 식량배급 우선대상자는 정권유지에 필요한 군대, 경찰, 보위부(정보기관), 당과 행정기관, 지식인, 군수산업 및 일부 우량탄광 종사자, 평양시민 일부로 전체 인구의 20%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근년 들어 남한을 비롯해 유엔 등 국제사회가 북한당국의 군부대 전용 개연성 등을 거론하며 식량지원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고, 국제시장에서 곡물가격 상승으로 쌀수입도 쉽지 않아 이들 계층에 대한 배급도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대북전문가는 "내년은 북한이 `사상강국, 군사강국, 경제강국'으로 선전해온 강성대국의 해인데 여전히 좋지 않은 식량사정은 사회 주도계층의 반발을 야기할 수 있다"며 "북한당국에 식량확보는 매우 절실한 문제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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