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 27일 북한 조선중앙TV가 사흘전에 발표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보도 가운데 '청와대 불바다' 관련 문구를 영상으로 반복해 내보낸 모습(자료사진)


`靑 불바다' 발언에 `유연화'·대통령도 비난

한동안 대남 비난과 위협을 자제해오던 북한이 최근 남한에 대한 공세를 대폭 강화하는 행보를 보여 주목된다.

`청와대 불바다'라는 격한 표현의 비난을 쏟아내는가 하면 대북 유연화 조치에 대해서도 "대결정책과 다름없다"고 깎아내렸다. 최근에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실명비난도 재개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드세진 대남 공세에는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가 기대했던 것만큼 개선되지 않는 데서 오는 북한의 초조함이 반영돼 있다고 분석한다.

5월부터 거의 매일같이 이명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남한당국을 비난해오던 북한은 지난 7월 말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이뤄진 남북 비핵화 회담을 전후로 비난 수위를 대폭 낮췄다.

8월 초부터는 대통령 실명 비난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6자 회담을 통한 북미관계,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대화국면'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지난 9월을 전후해 대북 강경책을 주도해왔다는 평가를 받은 현인택 전 장관 대신 대북정책의 키를 쥐게 된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 활성화 조치, 인도적 지원 확대, 남북간 사회문화교류 재개 등 각종 유연화 조치를 실행함에 따라 북한의 대남비난 수위는 한층 더 낮아지기도 했다.

북한은 서울시장 선거, 제주도 강정마을 사태 등 남한의 현안과 관련해 남한당국의 조치를 꾸준히 비난하기는 했지만, 남북관계 자체를 비난의 도마 위에 올리지는 않았다.

북한이 다시 강도높은 대남비난을 재개한 것은 지난 24일. 북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는 이날 우리 군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1주년을 맞아 전날 실시한 서해상 훈련을 "대규모 전쟁연습 소동을 벌이는 길에 들어섰다"고 비난하며 처음으로 `청와대 불바다'라는 표현을 동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7일에도 `도발자들은 대가를 치르어야 한다'는 논평에서 "1년 전 세계를 뒤흔든 연평도 도발의 복사판과도 같은 군사적 행위가 또다시 서해에서 재현되고 있다"며 `연평도 불바다' 등의 표현을 또 사용했다.

대북 유연화 조치와 관련해서도 내각기관지 민주조선은 지난 25일 현인택 전 장관의 공개강연을 언급하며 `대북정책의 유연성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종전의 대결정책과 다를 바 없다'고 비난했다.

북한매체들은 27일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기습처리를 거론하며 이명박 대통령을 실명비난했다. 북한의 이 대통령 실명비난은 근 한달 만의 일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북한의 대남 비난과 위협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기대만큼 풀리지 않고 있는데 대한 불만의 표출이라고 해석한다.

남한당국은 류우익 장관 취임 이후 각종 대북 유연화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한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하며 대북 식량지원과 같은 북한이 기대해온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 역시 북한의 식량사정에 대한 사전조사, 미국 의회의 북한 주민에 대한 인권개선 요구 등을 고려해 여전히 식량지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8일 "남북관계에서도 6자 회담에서도 돌파구가 안 생기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 표현상으로라도 우리정부를 세게 밀어붙여 압박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상황이 변하지 않으면 대남관계에서 강경모드로 갈 수 있다는 엄포를 담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의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어떤 도발의 전조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연평도 사태 1주기를 맞아 이 대통령이 `북한은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해 변화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북한이 이를 두고 현 정부의 대북 유화책이 명백한 한계를 보인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강경자세로 선회할 조짐을 보이는 배경"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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