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힘 약할때 쓰는 고전적 전술

통일전선이란 일정한 정치상황에서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여러 정당, 사회단체와 개별적 인사들이 공산당의 영도아래 공동의 적을 상대로 투쟁하며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형성하는 정치적 연합으로 정의된다.

특히 공산주의자들이 소수파의 위치에 놓여 있거나 상대적으로 역량이 미약할 때 자기편의 세력을 결집하고 상대편의 세력을 약화 또는 고립시키기 위해 이해관계가 같은 계층 또는 정당·단체와 정치적으로 잠정 제휴하는 공산당의 전통적인 전술이다.

일찍이 레닌은 『너에게 3개의 적이 있거든 그중 둘과 동맹하여 하나를 타도하고, 나머지 둘 중 하나와 동행하여 다른 하나를 타도하고, 마지막 하나는 1대 1로 대결하여 타도하라』는 말을 남긴 바 있는데 통일전선전술을 압축적으로 잘 표현한 경구(警句)로 널리 회자되고 있다.

김일성도 『우리는 북에 있건 남에 있건 해외에 있건 무조건 통일전선을 해야 한다. 통일전선만이 우리 민족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통일전선의 필요성을 누누이 역설했다.

북한은 광복 이후 통일전선을 이른바「남조선혁명」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로 인식, 단순히 전술적 차원이 아닌 전략적 과제로 격상시켜 이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북한은 남조선혁명의 성격에 대해 『미제침략자를 반대하는 민족해방혁명인 동시에 지주·매판자본가·반동관료배 및 그들의 파쇼통치를 반대하는 인민민주주의혁명』(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으로 규정하는 한편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혁명의 주력군과 보조역량을 잘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혁명의 주력군은 노동자·농민이며 보조역량은 계급적으로 이중성을 지닌 중간계층, 곧 진보적인 청년학생과 지식인·일부 애국적 민족자본가와 도시 소자산계급 등인데 이 보조역량을 편성하는 것이 바로 통일전선을 형성하는 것이다.

북한이 통일전선을 추구하면서 강조하는 기본원칙은 ①하층통일전선을 기본으로 하고 상층통일전선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킬 것 ②부분적인 연합에서 전면적인 연합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 ③통일전선체 내에서 중간층, 민족자본가들과 단결하는 가운데 투쟁할 것 등이다. 통일전선의 형식으로는 ▲각계각층의 대중적 군중단체(하층통일전선) ▲정당·단체와의 연합전선(상층통일전선) ▲기타 현실여건과 정세변화에 따른 다양한 형식과 방법 등이 동원되고 있다.

통일전선의 유형과 사례는 좀더 다양하다. 통일문제와 관련해 제기하는 각종 대남제의와 방안이 대표적인데 연방제 통일방안도 통일전선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전술적 방안으로 이해되고 있다.

시기마다 등장하는 남북정치협상회의, 제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 민족대회, 정당·단체 연합회의, 대민족회의 등 군중집회식 정치회담도 통일전선의 일환이며 범민족대회나 범청학련 통일대축전 등도 마찬가지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의 외곽단체인 조평통이나 조국전선, 범민련 북측본부, 민민전 등의 이름으로 발표되는 각종 성명서나 담화, 격문, 대남편지 등도 통일전선의 한 단면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광인기자 k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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