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북한인권위원회 위원장, '사회사평론'편집장

지난 12월 6일 스위스의 매혹적인 호반 도시 제네바에서 『북한에서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할 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조건은 무엇인가』에 대해 북한에서 활동하는 비정부기구(NGO)활동가들과 유엔 산하 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협의회를 열었다.

이탈리아의 「협력과 개발」, 스위스의 「교회공동운동」, 「아시아-태평양 월드비전」, 홍콩 「카리타스」, 프랑스의 「반기아행동」, 「국경없는 의사회」, 아일랜드의 「관심 월드와이드」(Concern Worldwide) 등의 NGO, 그리고 세계식량계획(WFP)나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유엔 산하기구 대표자들이 모여 솔직한 의견을 나누었다. 여러 의견들이 나왔다.

그들이 털어놓은 의견, 희망, 난관에 대해 들어보면 네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프랑스 단체가 주로 제기한 것으로 엄격하게 인도주의적 접근만 해야 한다는 견해다. 될 수 있는 한 정치권력의 간섭 없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극빈자에게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북한을 돕긴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가장 궁핍한 사람에게 도움이 가지 못할지라도 그 도움이 어쨌든 필요한 사람에게 간다는 것이다.

셋째,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관점에서도 정당하다는 견해다. 접촉을 하다 보면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신뢰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북한측 카운트파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느리지만 가시적인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네째, 좀더 종교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웃을 사랑하고 베푸는 데는 계산도 조건도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북한 당국이 국제 NGO들의 인도적 지원 과정을 통해 서구 국가에 대한 자신들의 「선의」를 과시하고 나아가 외교관계를 증진시키려 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좀더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북한 당국이 NGO들의 지원 활동을, 자신들의 구조적 무능력으로 인해 식량부족과 억압 등을 초래하는 정치 체제를 계속 유지하는 데 이용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을 돕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우리 모두에게 심각한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으며 아직 그 문제들은 풀리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제네바에서와 같은 "협의’들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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