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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추억] 삶에 지쳐 누운 내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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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1.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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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덕
/1974년 자강도 희천 출생, 민주당 김성호 의원 비서

1987년 12월 고향 자강도 희천시를 떠나 평안남도 개천시의 룡복고등중학교로 전학했다. 자강도는 워낙 살기가 팍팍해 우리 가족은 조금은 살기 낫다고 여겨지는 평야지대로 이사를 한 것이다. 이때부터 오히려 커다란 시련을 겪게 됐다. 어머니가 폐결핵으로 입원해 투병생활을 시작했다. 병간호를 위해 우리 가족은 배급의 일정량을 농민시장(장마당)에 팔아 그 돈으로 약을 사야 했다. 그러다 보니 항상 곤궁한 생활에 시달렸다. 학교를 마치기가 무섭게 집안 일을 거들어야 했고 식량을 얻기 위해 항상 산과 들에서 나물을 채취하고 이삭을 주어야 했다. 늘 세상이 원망스러웠고 우울했다.

그러나 실의에 빠져 있는 나의 삶에 커다란 위안과 용기를 주는 분이 있었다. 담임선생님이었다. 선생님과의 만남으로 나는 세상을 이전과는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다. 21세의 사회초년병으로 교원대학을 막 졸업하고 우리 학교로 와서 러시아어를 가르치셨다. 선생님은 내가 전학을 간 중학교 3학년부터 6학년 졸업때까지 줄곧 우리 반을 맡으셨다.

89년 봄 농촌지원에 동원됐을 때였다. 우리는 시골학교여서 작업장까지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따로 합숙할 필요없이 대부분 도시락을 가지고 집에서 다녔다.

나는 도시락을 준비할 수 없었다. 점심시간이면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온다고 하고는 늘 인근 산에서 싱아나 산딸기를 따 먹으며 점심시간을 대신했다. 나의 사정을 선생님이 어떻게 아셨는지 어느 날 산에 누워있는 나를 찾아와 당신의 도시락을 나누어주셨다. 나는 아무리 배가 고프더라도 그것을 받기가 싫었다. 그런 나에게 선생님은 네가 훌륭한 사람이 되어 갚으면 될 것 아니냐며 나의 손에 수저를 쥐어주시고 자리를 피해주셨다. 나는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웠지만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못 드렸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선생님은 학급반장을 시켜 나의 가정형편을 소상히 알아보게 하셨고 우리 집에 쌀을 보내주시기도 했다. 동생은 내가 알면 당장 돌려주라고 할 것 같아 몇 달이 지나서야 그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에게 유무형의 지원을 해 주셨다.

졸업 후 돌격대에 입대하던 때는 집에서 내게 차비로 50원을 주었는데 선생님은 150원을 주셨다. 나는 놀라서 받지 않으려 했지만 선생님은 끝끝내 나의 손에 쥐어주셨다. 당시 그 돈은 교원의 한달 월급에 해당되는 액수였다. 나는 이런 선생님을 봐서라도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되어 보답하리라 다짐하면서 집을 떠났다.

돌격대 생활을 하던 중 92년 6월에 출장으로 고향에 머물 기회가 있어 선생님의 집을 찾아갔다. 선생님은 결혼을 해서 아기도 있었다. 당신은 손수 내게 밥을 지어주셨다. 학교 때와는 달리 자신감에 넘친 나의 모습을 보시고 격려를 아낌없이 해 주셨고, 떠나올 때는 백일된 아이를 안으시고 기차역까지 배웅해 주시던 선생님...

해마다 스승의 날이 돌아오면 선생님이 그립다. 선생님을 찾아 뵙고 『선생님이 바라시는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카네이션이라도 한 송이 달아드리고 싶지만...그날은 언제 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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