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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로칼럼] 북핵,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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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1.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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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기

북한의 경수로 관련 고위 실무자 20명이 지금 남한의 핵심 시설이랄 수 있는 울진과 고리의 원자력발전소 등에 머물면서 자세한 현장 시찰을 하고 있다. 지난 16일 내한한 이들은 2주일의 일정을 마치면 월말쯤 평양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북한측 요구와 우리 정부 당국의 ‘배려’로 이들의 남한 생활이 자세히 알려지지 않고 있어서 그렇지, 사실 엄청난 일이다. 또 좋은 일이다. 이런 성격의 인적 교류가 많이 이뤄져서 북한에 조금이라도 실질적 도움이 가고, 그렇게 해서 조금씩 서로 신뢰가 쌓이고 긴장도 완화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계획대로라면 내년 하반기에도 북한 실무자 290명이 더 와서 훈련을 받을 예정이다. 북한 함경남도 신포리 금호지구에서는 지난 9월 경수로 부지 기초공사가 시작됐고, 내년까지는 여러 부수시설들, 예컨대 바닷물 취·배수 시설과 방파제, 바지선 정박시설 등이 완료될 예정이다. 이번에 북한 실무자들은 경남 창원의 두산중공업에서 현재 진행되는 원자로 제작 상황도 직접 볼 예정이다.

경수로 건설의 착공·완공 시기는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에 명기되지 않았지만, 현재의 공사 진도는 당시 전문가들이 기대했던 것보다는 약4년쯤 늦어진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이달 초 평양에 이어 서울을 다녀간 찰스 카트먼 KEDO(한반도 에너지 개발기구) 사무총장의 말로는 어쨌든 전반적인 건설상황은 비교적 원만히 진행되고 있고, 북한측도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수로 건설의 순조로운 진행을 낙관하기는 이르고, 오히려 갈수록 더 어려운 난관들이 여럿 나타날 것 같다.

가령 송·배전 시설이 먼저 갖춰지지 않으면 막판에 원자로를 설치할 수 없다. 송·배전 시설은 북한이 해결해야 하는데, 돈이 없으니 차관이라도 얻어야 하고, 그러려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또 경수로에 핵연료를 집어넣기에 앞서, 먼저 북한이 폐연료 문제를 포함한 전반적 안전조치에 관한 특별의정서를 체결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보다 훨씬 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북한이 지금까지 벌여온 핵 활동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면적 사찰이다. 당장 내년부터 미·북 사이에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리라고 전문가들이 전망할 만큼 절박한 문제다.

1994년의 제네바 합의는 그 이전까지 북한이 폐연료에서 얼마만큼 플루토늄을 추출했는지를 밝혀낼 IAEA의 ‘특별사찰’을 경수로에 핵심부품(원자로)이 설치되기 전까지 완료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특별사찰 기간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져 2~4년 정도는 필요하다는 것이 현재 IAEA의 입장이고, 그러자면 내년 후반쯤에는 사찰이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이를 순순히 수용할 것 같지는 않다는 데 있다.

이제 북한 당국이 결단을 내려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원자탄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과거에 추출한 것이 없다면 특별사찰을 피할 이유가 없을 것이며, 과거에 추출한 것이 있다면 사찰을 통해 밝히고 핵무기 제조 계획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먼저 요구했던 것이 그들 아닌가.

지레 예단하고싶지 않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1993년 남한에서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일 주일 만에 북한이 돌연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를 선언했던 것처럼, 북한이 또 남한에 새 정부가 들어설 2003년에 가서 문제를 악화시키고 10년 전의 악몽을 되살릴 가능성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 힘을 쏟았지만 그 이후에도 남북관계는 이산가족문제든 경제협력이든, 별로 되는 것이 없다. 정부는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인 내년에 어떻게든 북한을 설득해서 핵사찰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의 긴장고조를 막는 것을 중요 정책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국제부장 chang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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