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중장기적으로 3대 부실(부실) 곧 북한·금융·공공부문의 부실을 해결해 나가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대한 현재의 정책들은 비현실적인 낙관론에 기초하고 있다. 보다 냉철한 상황 판단에 입각한 대안을 추구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감당하기 힘든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가장 큰 부실은 북한부문에 있다. 북한 경제는 안으로 파탄지경에 이르러 많은 주민들이 굶어죽고 있으며, 밖으로도 파산상태에 있어 돈을 빌리지도 못하고 있다. 외부로부터의 식량과 연료원조에 의해 겨우 지탱하고 있다.

북한의 앞날에 대해서는 크게 보아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다.

하나는 급격한 체제붕괴나 전쟁으로 인해 파국을 맞는 경착륙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가 개선되고 남한과의 점진적 경제통합이 이루어지는 연착륙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어느 경우든 북한은 조만간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다. 이 부담의 예상액이 북한 부분의 부실이라 할 수 있다.

현 정부의 햇볕정책은 북한의 경착륙을 막고 연착륙을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 뜻대로 된다는 보장이 없다. 북한의 자체적 개혁 전망이 불투명한 현 상태에서는 경착륙의 확률이 높으므로 북한부문의 부실처리 비용도 올려잡아야 한다.

북한부문에 대한 대책은 두 개의 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하나는 북한 지원을 위한 재원조달 계획을 세워두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제한적이나마 북한의 체제개선을 유도함으로써 경제 재건과 통합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여야 한다.

두 번째의 부실은 금융부문에 있다. 금융부실의 뿌리는 기업부실이다. 기업부문의 부실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는 지식기반산업이 발전하고 제조업이 쇠퇴하는 구조조정기에 처해 있다.

또한 개방과 자유화가 진척됨에 따라 업종을 불문하고 경쟁력 없는 기업들이 도태되고 있다. 그러므로 몇 개의 재벌과 중견기업들이 도산하는 것을 보고 우왕좌왕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그 동안 금융·기업 구조조정의 방법론이 잘못되어 부실을 필요 이상으로 키워가고 있는 데 있다.

바른 방향은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하나는 행위자 책임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회생 불가능한 기업과 금융기관을 조속히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부실 증가를 막기 위해서 필요할 뿐만 아니라, 선진적 산업구조와 금융체제로 이행하는 데 필수적인 시장 규율 확립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세 번째의 부실은 공공부문에 있다. 국민·공무원 연금, 건강보험 등을 포함하는 각종 사회복지성 기금들은 수입과 지출의 불균형으로 부실화되어 가고 있다.

또한 갖가지 명목으로 만들어진 막대한 규모의 공공기금들은 국회의 통제 없이 행정부에 의해 방만하게 운용되고 있어 낭비가 심각하다. 더욱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회계방식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회계가 불투명하여 이러한 부실과 낭비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공공기업과 단체들의 구조조정 작업도 민간부문에 비해 지지부진하다.

정부 부문은 북한부문과 금융부문의 부실을 떠맡아야 할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체 부실로 국민에게 부담을 더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므로 다른 부문의 부실 해결을 위해서도 공공부문의 투명성 확보와 효율화가 시급한 선결 과제다.

요약하면 한국 경제의 3대 부실 해결에 보다 현실감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부실 처리를 위한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고 부실 증가를 막기 위한 규율을 확립해야 한다.

/ 채 수 찬 미국 라이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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