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보즈워스 주한(주한) 미국대사는 11일 국회의원 연구모임인 ‘안보·통일 포럼’ 초청강연에서 “미국은 대북(대북) 경제지원의 궁극적·직접적 제공자(source)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에 줄 수 있는 당근은 물질적인 것이 될 수 없으며, 가장 큰 당근은 북한을 국제사회에 받아들이는 것(acceptance)”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북지원의 상당부분은 동북아의 평화적 이행과 남북화해 등에 직접적 이해관계를 가진 한국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그같이 말하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정부가 추진해 온 기업 구조조정과 개혁이 중요하며,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보즈워스는 남북공동 선언에서 언급된 ‘자주(자주)’라는 말에 대해 “외부 세력이 강제할 수 없다는 차원에서 자주라는 말의 사용은 아주 자연스런 일”이라고 전제, “주한미군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있으며, 남북정상회담의 바람직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위협은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며 “포용정책이 진행될수록 강력한 한·미 군사 대비태세의 중요성도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보즈워스 대사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과 매향리 사태 등을 묻는 질문에 “여론 주도층이나 정책결정자들은 한·미 관계의 근본(fundamental)에 초점을 맞추는 태도를 가져주길 바란다”며 ‘한·미 관계의 큰 그림’을 봐달라고 주문했다. 보즈워스는 또 “대북 억지력은 효과적인 외교를 위한 ‘방패’를 제공하므로 포용정책이 진행될수록 강력한 군사 대비가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신뢰성을 묻는 질문에 ‘믿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박두식기자 dspark@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