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사전조치' 대립..양측 '접점' 모색
오늘중 실무접촉..북미 조만간 후속대화 추진

남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회동하는 제2차 남북 비핵화회담이 2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다.

이번 회담은 지난 7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의 제1차 남북 비핵화 회담과 뉴욕 북미대화에 이은 '2라운드' 후속대화의 출발점으로 향후 북미대화와 6자회담 재개의 향방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회담 참석을 위해 20일 오전 베이징으로 출국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회담에서 비핵화 사전조치를 집중 논의할 것이며 비핵화의 이슈를 전반적으로 다뤄볼 것"이라면서 "우리가 가진 원칙에 따라 대처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지만 열린 자세로 유연하게 (협상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어떤 특정 프로그램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비핵화의 진전을 기할 수 있도록 전반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하고 "지금은 비핵화의 과정에 들어와 있으며 이 과정에서는 6자회담도 중요하지만 (남북ㆍ북미) 양자협의도 매우 중요한 과정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6자회담이 열리지 않는다고 반드시 비핵화의 진전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남북 비핵화 회담은 비핵화 협상과정에서 매우 긴요한 부분(essential part)"이라고 밝혔다.

북한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17일 고려항공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했으며, 19일 중국 정부가 주관하는 세미나에 참석했다.

리 부상은 9ㆍ19 공동성명 6주년을 기념해 중국 국제문제연구소가 주최한 비공개 세미나에서 "대화에 앞서 전제 조건을 다는 것은 서로의 신뢰와 믿음에 상처를 주는 것"이라면서 이번 회담에서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설득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위 본부장과 리 부상은 21일 오전 베이징 시내 모 호텔에서 회동, 제2차 남북 비핵화 회담을 공식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양측 6자회담 차석대표인 조현동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 부국장이 20일 오후 현지에서 실무접촉을 통해 회담 형식과 의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발리에서 열린 제1차 남북비핵화 회담은 2시간 동안 진행됐으나 이번 회담은 오전과 오후에 걸쳐 마라톤회담 형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6자회담 재개를 비롯한 비핵화 이슈 전반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며 특히 한ㆍ미ㆍ일이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비핵화 사전조치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측은 한ㆍ미ㆍ일 3국의 공조 틀에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의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핵과 장거리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실험 모라토리엄 선언 ▲9ㆍ19 공동성명 이행 등을 비핵화 사전조치로 일괄 주문하고 있으나 북측은 조건없는 6자회담 재개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우리 측에서는 위 본부장 이외에 조현동 단장 등 5∼6명, 북측에서는 리 부상 이외에 최선희 부국장 등 5∼6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 본부장과 리 부상은 베이징 체류기간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각각 별도로 만나 6자회담 재개 조건과 수순에 대해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제2차 남북 비핵화 회담의 결과에 따라 북미 양국은 지난 7월 뉴욕 북미대화에 이은 후속 대화를 본격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 부상은 9ㆍ19 세미나에서 최근 미국에 2차 북미대화를 제안했다고 공개, 1차 비핵화 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남북대화에 이어 북미대화가 곧 열릴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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