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창춘에서 열리는 동북아무역박람회에 참석한 북한 대표단이 전시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북한은 이번 박람회에 지난해보다 2배 많은 인원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연합뉴스


창춘 박람회 대규모 참가..옷 차림 화려
“잘 좀 선전해달라”..언론 홍보에 적극적
“북한이 달라졌다”


중국 창춘(長春)에서 열리는 제7회 지린·동북아경제무역박람회(동북아박람회)에 참가한 북한 대표단을 취재한 외신기자들의 입에서 이구동성으로 나온 평가다.

북한 대표단은 언론을 기피했던 과거와 달리 유연하게 취재에 응하는 것은 물론 “잘 좀 선전해달라”고 말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까지 보였다.

7일 열린 ’조선(북한)의 날 및 중·조무역투자항목상담회’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읽을 수 있었던 대표적인 사례.

무역성의 서길복 부상과 박영길 국장, 김문정 조선국제전람사 총사장, 황철남 라선시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북한 측은 1시간여에 걸쳐 라선특구의 투자 환경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황 부위원장은 30여 분 동안 중국, 러시아 접경과의 도로망 구축 사업 추진 상황과 라선특구 기반정비 실태, 라진과 선봉, 웅상항의 화물 처리 능력 등을 알리고 외국인 투자 보호를 위한 법률적 조치나 세제 우대 혜택도 밝혔다.

지난해 동북아박람회의 ’조선의 날’ 행사에서 라선특구 외국인 투자자 우대 조치에 대해 속사포처럼 원고를 읽은 뒤 5분여 만에 종료를 선언, 취재진을 당황하게 했던 것과는 크게 달라졌다.

서 부상이나 황 부위원장의 발언 내용이 사전 배포되지 않았지만 북한 측은 행사가 끝난 뒤 취재진의 요청에 따라 이메일 등으로 원고를 배포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원고뿐 아니라 라선특구 홍보 사진과 동영상도 기자들이 소지한 USB에 담아주는 친절도 보였다.

중국 언론은 물론 일본, 심지어 소속을 밝히면 얼굴이 굳어진 채 외면했던 한국 매체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 중국 기자들에게는 “선전을 잘해 라선을 많이 알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 중국 기자는 “북한 대표단이 언론에 이렇게 적극적인 것은 처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번 박람회에 150여 명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70여 명을 보냈던 것에 비해 규모가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전시 부스도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커졌으며 한복을 새로 선보이는 등 판매 상품도 훨씬 다양해졌다.

북한 참가자들의 옷차림도 지난해보다 화려해졌고 행동 역시 훨씬 자유스러워 보였다.

6일 개막식 행사 참가자 중에는 선글라스를 착용한 여성도 눈에 띄였다. 이들은 개막식이 끝난 뒤 삼삼오오 모여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한 남성은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수시로 인터넷에 접속했으며 전시 부스에서 일하는 여성은 북한에서 금기시하는, 한국 상표가 붙은 컵라면을 먹기도 했다.

한 북한 여성은 중국 기자에게 “우리 상품도 잘 선전해달라”고 먼저 말을 붙이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시종일관 경직된 표정을 지으며 취재진을 멀리했던 지난해와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에 대해 라선특구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는 북한이 외자 유치를 위해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북한의 경제 상황이 어렵지 않고 폐쇄적이지도 않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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