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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제2의 국경도시 혜산, 제2의 베를린장벽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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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어스 지도에 나타난 혜산시 전경.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인접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압록강 폭이 좁은 곳은 30m에 불과하다.


소탕작전으로 2001년 탈북루트 닫혔다 10년 만에 다시 뚫려
인구 25만명, 면적 277㎢인 북한 국경도시 혜산(惠山). 함경북도 서쪽,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접해 있는 양강도 도 소재지 혜산에 요즘 국내외 정보기관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용도 폐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던 ‘혜산 탈북 루트’가 다시 뚫리고 있기 때문이다.

압록강변에 위치한 혜산은 중국과의 국경 거리가 북한 어느 지역보다 짧아 종전부터 탈북의 최적지로 여겨져 왔다. 혜산 앞 압록강 폭은 비가 내리지 않을 때는 30m도 안 되는 곳이 많고, 겨울이면 강물이 두껍게 얼어붙어 중국으로 쉽게 건너갈 수 있다.

신의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국경도시인 혜산은 이러한 지리적 여건 때문에 일찍부터 중국과의 밀무역과 탈북자들이 창궐했다. 한 집 건너 하나씩 탈북자들이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탈북이 ‘일상화’된 곳이다. 또 평양~혜산 간 철도가 놓여 있어 북한 내부에서 탈북을 감행할 때도 혜산은 1차적인 고려 대상이었다.

하지만 바로 이 같은 천혜의 조건 때문에 혜산은 그동안 북한 정권으로부터 혹독한 탄압과 감시를 받아왔다. “혜산시 청년들이 없어도 혁명을 할 수 있다”는 김정일의 말에서 보듯 혜산 시민들의 씨를 말릴 기세로 김정일 정권은 몇 차례 혹독한 혜산 소탕전에 나섰다. 그 결과 혜산은 2001년부터 주요 탈북 루트에서 제외돼 왔다. 특히 혜산을 통해 탈북할 경우 지린성 창바이(長白)를 거쳐 옌지(延吉)까지 빠져나와야 하는데, 이 루트가 외통길이어서 중국 공안당국의 단속에 걸릴 위험도 컸다.

그런데 거의 용도 폐기됐던 혜산 탈북 루트가 다시 열리고 있다는 것이 최근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최근 들어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 10명 중 6~7명이 혜산 루트를 활용했다는 것이 우리 정보기관과 북한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그동안 주요 탈북 루트였던 함경북도 온성, 회령, 무산 지역은 상대적으로 잠잠해진 반면 혜산시가 주요 탈북 루트로 재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정권이 혜산에 대한 우려와 감시의 시선을 놓아버리지 않는 이상, 이 새로운 현상은 한 가지 사실을 가리키고 있다. 북한 정권의 혜산에 대한 통제가 약해질 만큼 혜산에 뭔가 변화가 있다는 것이다. 혜산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군 간부들, 폭력조직 뇌물로 연명

▲ 북·중 국경을 건너고 있는 북한 주민들. photo 조선일보 DB

최근 북한을 탈출한 혜산 출신의 탈북자 김성숙(가명)씨는 “혜산 사람들은 누구나 탈북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바깥 소식을 누구보다 빨리 접하게 되는 혜산 사람들은 김정일과 싸우다 죽든지, 아니면 탈북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자는 심각한 분위기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혜산 시민들에게 가해진 가혹한 공개처형 등의 여파로 반정권 정서가 혜산시 전체를 뒤덮고 있는 데다 경제난까지 겹치면서 이판사판식의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요즘 혜산시에는 마약이 만연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어느 지역보다 마약 중독자가 많아 “어린 소년부터 국가보위부 고위간부까지 마약을 복용한다”는 말까지 나돈다고 한다. 마약은 바로 혜산이 탈북 루트로 부활한 주요 배경이 되고 있다. 한 탈북자는 “혜산의 간부들과 군인들은 돈만 주면 탈북자들을 국경 밖으로 넘겨주고 북한산 마약을 중국에 되팔아 큰돈을 버는 데 미쳐 있다”고 주장했다. 마약이 집중적으로 거래되면서 웬만한 간부들과 돈 있는 상인들 중에서도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마약과 검은돈으로 연결된 부패 고리가 혜산을 탈북 루트로 부활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혜산시 고위간부나 공안기관에 있다가 숙청된 사람들과 인민군 제대군인들까지 가세한 대규모 폭력조직도 혜산을 탈북 루트로 부활시키는 또 다른 배경이 되고 있다. 이들은 시 고위간부들이나 군인들과 짜고 북한을 떠나려는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고 국경을 넘게 해주고 있다. 북한 당국이 국경 경비를 강화할수록 이들에게는 탈북 비용을 더 받아낼 기회가 된다. 국가적으로 수배가 붙은 사람을 넘겨줄 경우에는 엄청난 돈을 챙길 수 있어 최근 탈북자 중 상당수가 이들의 ‘고객’이 됐다는 후문이다.

인신매매, 밀수 등도 이들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최근 경제난이 악화하면서 국가 공급으로는 도저히 생계를 이어갈 수 없게 된 간부들은 자연스레 이들 폭력조직에 빌붙어 뇌물을 받으며 연명하고 있다고 한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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