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최대 수혜자..구축 서둘러야"
北사회과학원 연구원, 中연길 '두만강포럼'서 주장

남한과 북한을 잇는 한반도종단철도(TKR) 구축이 동북아시아 경제 협력을 촉진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북한 학자에 의해 제기됐다.

북한의 이런 입장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 기간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 연결 사업이 양국 간 경협의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북한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송현철 연구원은 21일 중국 연길(延吉)에서 열린 '2011 두만강 학술포럼'에서 미리 배포한 주제 발표 자료를 통해 "조선(북한)과 남한을 잇고 더 나아가 중국,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연결하는 '조선반도(한반도)종단철도'가 구축되면 해상 운송보다 물류비를 대폭 절감, 관련국들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밝혔다.

송 연구원은 우선 지하자원과 곡물이 풍부한 중국 동북 3성을 TKR 구축의 수혜자로 꼽았다.

그는 중국이 동북지역의 곡물이나 지하자원을 유럽이나 미국 등에 대규모로 수출하려면 1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5천-6천 개를 적재할 수 있는 허브항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북아시아에서 이런 허브항 요건을 갖춘, 수심 13m 이상 되는 항구는 부산과 광양, 일본의 고베와 요코하마,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7곳에 불과하며 이 가운데 TKR을 통해 부산이나 광양항을 이용하는 것이 중국에 가장 유리하다는 게 송 연구원의 분석이다.

톈진(天津)이나 다롄(大連)항에서 부산항까지 1TEU를 운송하는 데 1천-1천200달러의 운송비가 들지만 중국 동북에서 북한 신의주와 평양을 거쳐 부산까지 이어지는 TKR을 활용하면 물류비를 3분의 1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러시아 역시 자국의 TSR과 TKR을 연계한 화물 운송에 적극적이라고 소개했다.

구 소련의 붕괴로 대서양과 흑해 연안 40여 개 항구를 잃은 러시아로서는 자국의 화물 70% 이상을 극동지역 항구들을 통해 운송해야 하는 실정인데 이들 항구는 겨울 4개월간 바다가 얼고 안개도 짙어 이용에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따라서 러시아가 TSR과 부동항인 한반도의 항만과 철도를 연결, 자국의 화물을 안정적으로 운송하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

중국 동북의 풍부한 곡물 및 지하자원 확보와 섬나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륙 진출을 모색하며 부산을 잇는 해저터널을 구상 중인 일본이나 해상 항로가 없어 지하자원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몽골 역시 TKR 구축의 효과를 보게 될 것으로 송 연구원은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그 어떤 나라보다도 TKR 구축의 최대 수혜자는 한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륙과 고립된 한국은 수출을 해상 항로에만 의존하고 있지만 TKR로 중국과 러시아, 유럽이 연결되면 운송비가 현재 수준의 3분의 2로 절감돼 국제적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부산과 광양은 국제적인 허브항으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했다.

송 연구원은 김일성 주석이 1994년 '남북 철도 연결은 반세기 이상 끊긴 민족의 맥을 잇는 것'이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고 김 국방위원장이 이 유훈 관철을 위해 2000년 착공에 나서 2007년 완공했다고 설명하며 북한이 지속적으로 남북 철도 연결에 공을 들여왔음을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이 철도가 남북 경협을 강화할 수 있다고만 밝혔을뿐 북한에 가져다 줄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송 연구원은 "조선반도종단철도 구축은 동북아시아 경제 발전은 물론 평화 보장과도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라며 "남북 관계 악화로 시험운행만 한 채 가동되지 않는 이 철도를 조속히 운행해야 하며 관련국들도 조선 내 노후 철도 현대화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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