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나선시의 당 간부집에 있는 한국 TV모습. /출처=조선일보DB


“온성에 사는 주민들도 한국 TV 방송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지요.”

북한의 최북단인 함경북도 온성에서조차 몰래 TV 채널만 조정하면 남한 방송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북한 단파라디오 열린북한방송이 소식통을 인용, 18일 전했다. 그간 황해도 등 남한 인근 지역에서만 수신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북한 최북단에서도 남한 방송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온성은 함북에서도 최북단 군(郡)으로, 두만강만 건너면 중국 지린성 조선족자치구가 나오는 곳이다.

온성군 소식통은 열린북한방송에 “온성에 사는 주민들은 TV 채널 조정을 통해 한국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며 “TV 수신기를 분해할 줄 아는 사람과, 흑백 TV를 가진 가정에선 한국 방송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원래 남한이나 중국 등의 외국 방송을 몰래 시청하는 것을 막고자, TV와 라디오 수신기의 채널을 납땜 등으로 고정시켜야 보유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 하지만 약간의 기술만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채널을 조정해 외국 방송을 볼 수 있다고 열린북한방송은 전했다.

이 소식통은 “한국 TV의 전파 파장이 잘 걸리는 시간대는 북한 조선중앙TV의 보도 시간대인 저녁 9~12시 사이”라며 “일부 주민들은 이 시간대가 되면 고정했던 채널을 떼서 한국 채널로 돌려본 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다시 바꿔 고정시킨다”고 전했다. 또 이 소식통은 북한 주민들은 주로 KBS와 MBC를 많이 시청하며, 중국 연변지역 TV프로그램도 수월하게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 온성 일대에서 한국 방송이 시청 가능해진 것은 작년부터 정도로 추정된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작년부터 한국 TV 방송이 갑자기 잡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한국 TV를 우연히 처음 접하고 나서는 너무 놀라 이를 감추기 급급하지만, 이제는 한국 방송 시청이 보편화돼 보위부가 들이닥쳐도 “북한 TV에서 볼 게 없어, 파장이 걸리는 대로 보고 있다”고 버젓이 말하기도 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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