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방송은 면사무소 소관"
면장 "軍 통보 받았지만 낡은 대피소 점검하느라…"


북한이 지난 10일 오후 서해 연평도 인근 NLL(북방한계선) 해상에 두 차례에 걸쳐 해안포 사격을 했지만, 우리 군과 행정당국은 연평도 주민들에게 대피 안내방송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군은 연평도에서 대응 사격을 전후해 주민에게 대피 안내방송을 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연평도 주민들은 당일 두 차례에 걸친 북한군의 포격과 우리 군의 대응 사격에도 대피 방송은 없었다고 밝혔다.

김재식(49) 연평도 주민대책위원장은 "북한군의 두 차례 포격이 있었지만 별다른 대피 안내 방송이 없었다"며 "단지 '실제 상황이다. 주민들은 동요하지 말라'는 방송만 있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연평도 주민들은 정확한 정보가 없어 불안과 공포에 떨 때 군인 가족들은 연락을 받고 연평면 새마을리 대피소에 대피해 있었다"고 말했다. 군은 대피 안내 방송이 없었던 이유에 대해 면사무소에 책임을 미루고 있다. 군 소식통은 "대피 안내 방송은 연평면사무소가 하는 것"이라며 "당시 군에서 연평면사무소에 대피 방송을 할 것을 통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성만 연평면장은 "군에서 대피 안내 방송을 하란 통보를 받긴 했지만, 대피소가 노후해 누수가 되고 전기공급이 끊겨 대피소로 사용하기에 부적절했다"며 "갑자기 대피 방송을 하면 주민들이 놀라니까 대피소가 사용 가능한지 여부를 직원들을 시켜 점검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연평도 주민들은 "북한이 예고하고 포를 쏘는 것도 아닌데 평소 대피소를 정비했어야지 포 사격이 있은 후에 점검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군도 행정당국도 못 믿겠다"고 말했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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