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통일준비 심포지엄 '통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전략과 과제, 통일재원'이 열리고 있다. 2011.8.11 hama@yna.co.kr


美ㆍ유럽발 악재+균형재정 강조'에 부담
법인ㆍ상속ㆍ증여ㆍ소비재 과세 아이디어 차원 검토

통일부가 통일재원 조달방법을 담은 정부안(案) 마련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통일부는 20년 후인 2030년 통일이 이뤄진다는 '중기형' 시나리오에 따라 초기 1년간 통합비용으로 55조~249조원이 필요하고 이를 사전 적립할 필요가 있다는 자체 발주 연구용역 결과를 심포지엄을 통해 지난 11일 발표했다.

통일부는 후속작업으로 55조~249조원 조달방안을 담은 정부안 초안을 마련 중이다. 통일부 자체적으로 초안을 마련한 뒤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쳐 정부안을 확정하고, 국회 입법절차를 밟아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과 유럽발 재정위기 부각이라는 뜻밖의 악재를 만났다. 통일재원 사전 적립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거센 '외풍'을 만난 것이다.

통일부는 초기 통합비용으로 55조~249조원이 필요하다는 연구용역 결과도 '반발 충격' 등을 완화하려는 방편으로 연구기관의 심포지엄 형식으로 발표했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글로벌 재정위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임기가 끝나는 2013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점도 부담이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통일준비 심포지엄 '통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전략과 과제, 통일재원'에서 홍익표 대회경제정책연구원 박사가 '통일비용과 편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11.8.11 hama@yna.co.kr


'균형 재정'이 화두로 던져진 상황에서 재정 당국과의 협의 환경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악화에 통일부 당국자들의 한숨 소리가 공공연하게 들리고 있다.

통일부는 통일재원 정부안을 이르면 이달 말까지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추가 지연을 배제할 수 없다.

통일부는 정부안 확정 시한을 당초 올해 상반기로 제시했었다. 이후 광복절 전후로 정부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계속 미뤄지는 상황이다.

정부안이 미뤄지는 배경에 재원 마련안의 하나로 거론되는 세금을 두고 재정 당국과의 불협화음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통일재원은 일단 남북협력기금 불용액 적립과 세금이라는 2개의 축으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미 지난달 15일 통일재원과 관련해 남북협력기금 활용과 함께 "세금으로 충당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통일준비 심포지엄 '통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전략과 과제, 통일재원'에서 박종철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센터 소장(왼쪽)이 '공동체 형성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11.8.11 hama@yna.co.kr


정부안 초안을 마련 중인 통일부는 통일재원과 관련한 다양한 안을 놓고 심사숙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협력기금 불용액을 적립하는 방안은 현재 국회에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된 만큼 현실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세금과 관련해서는 법인세나, 상속세, 증여세 등 기존 과세에 추가하는 방안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배나 주류 등 소비재 품목에 추가로 과세하거나 추가 과세 없이 이들 품목에 이미 부과되는 세금을 통일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테이블 위에 올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소비재 품목에 대한 과세는 서민들의 직접적인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정부 당국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통일재원안으로 현재 테이블 위에 올려진 것은 7~8개 정도"라면서 "세목별 장단점을 철저히 따질 필요가 있고, 특히 재정 당국과의 협의가 중요한 만큼 현재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비교적 손쉬운 남북협력기금 불용액 적립은 입법화하고, 세금 부분은 중장기적 과제로 돌리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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