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간첩단 사건을 수사 중인 공안당국은 월간지 '민족21' 관계자들이 북한 정찰총국의 지령을 받아 활동했다는 단서를 확보,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2일 알려졌다.

공안당국은 작년부터 민족21 관계자들에 대한 내사를 벌여왔으며, 지난달 민족21 주간인 안영민씨와 그 부친인 안재구 전 경북대 교수, 민족21 편집국장인 정용일씨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공안당국은 이 과정에서 민족21 관계자들이 일본에서 정찰총국 공작원을 접선해 지령을 받고 남한에서 수집한 정보를 보고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자료들을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안당국은 압수물 분석 등 증거확보 작업을 거쳐 북한 정찰총국 공작원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난 민족21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공안당국은 최근 적발한 간첩단 '왕재산'이 북한 내각 산하 대남공작기구인 225국의 지령을 받아 활동한 데 비해, 민족21 관계자들은 국방위원회 산하 정찰총국의 지령을 수수한 점으로 미뤄 북한이 남한에 구축한 지하당 성격의 간첩단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왕재산과 민족21은 기본적으로 지령을 받는 북한의 상선(上線)이 다르기 때문에 별개 조직"이라며 "최근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수사를 피하기 위해 양측이 접촉한 정황은 일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안당국은 왕재산 사건과 관련, 구속된 왕재산 총책 김모(보안업체 J사 대표)씨 등이 민노당과 민주노총,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30여명을 포섭하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보고 이들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공안당국은 그간 김씨 등 왕재산의 주요 인물 5명을 구속했고, 왕재산 인천지역책인 임모(구속)씨의 부인 김모씨 등 5명을 불구속 상태에서 피의자로 조사해 왔다. 참고인 조사대상자는 민노당 관계자가 15명, 민주노총 관계자가 10명가량이며 대부분 인천쪽 인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왕재산은 서울지역책(임채정 전 국회의장 전 비서관 이모씨·구속)도 두고 있었지만, 인천지역책인 임씨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활발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씨의 부인인 김씨는 인천지역 민주노총 관계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임씨는 지난달 8일과 9일 중국으로 출국해 225국 공작원을 접선할 예정이었으나, 직전 이뤄진 공안당국의 압수수색으로 인해 출국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찰총국

대남 공작 총괄부서인 정찰총국은 2009년 2월 김정일이 당과 군에 흩어져 있던 대남 공작기구들을 통폐합해 국방위원회 산하로 옮기면서 신설된 조직이다. 정찰총국은 창설 이래 지난 2년6개월 동안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황장엽 전 비서 암살단 파견, 농협 전산망 공격 등 크고 작은 대남 도발을 기획·실행해왔다. 정찰총국 출범에 따라 과거 대남공작을 주도했던 노동당에는 통일전선부(부장 김양건)만 남게 됐다./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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