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양 거리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세련된 옷차림의 북한 여성/출처=자유북한방송


“북한이 미국을 싫어한다는 것은 말 뿐이었다. 북한은 ‘미국적인 것(Americana)’을 사랑하고 있었다.”

미국의 한 통신사가 최근 평양에 종합지국을 개설하기로 합의한 것을 계기로 24~26일 북한 특집기사를 내기로 하고, 그 첫 번째로 ‘북한 주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들여다보기(A glimpse into the daily lives of North Koreans)’라는 기사를 24일 보도했다. 이 통신사 한국계 미국인 기자가 올 4월을 전후해 돌아본 북한은, 미국을 싫어한다는 정치적 구호를 외치지만 ‘미키마우스’ 캐릭터 가방을 멘 어린이들이 보이는 ‘모순의 땅’이었다.

◆“웰컴, 웰컴”

이 미국 통신사 기자가 북한 놀이공원을 찾았을 때, 젊은 남녀가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웰컴, 웰컴(Welcome·환영합니다)” 북한의 젊은이들은 미국 언론사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면서 같이 롤러코스터를 타자고 했고, 이들은 북한 젊은이와 롤러코스터의 ‘번개같은 속도’를 즐겼다. ‘미국’은 북한에서 공식적으로 혐오의 대상이자 ‘미국놈’이라고 불리지만 이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다는 게 이번 미국 취재진의 생각이었다.

미국 통신사가 본 북한 주민들은 미국적인 것을 사랑했다. 어디를 가든 북한 어린이들은 ‘미키 마우스(미국 만화영화 캐릭터)’가 그려진 가방을 들고 다녔다. 심지어 북한 주민들은 ‘라이온 킹(미국 만화영화)’ ‘터미네이터(할리우드 영화)’ 등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이 통신사 기자들은 북한이 ‘예상외로’ 국제적인 도시였다고 전했다. 그들이 묵던 숙소에는 외국인 관광객도 많았다. 러시아 출신 댄서와 이탈리아에서 온 가수가 평양에서 ‘예술 페스티벌’을 벌였고, 프랑스 국회의원들이 그의 자녀와 여행을 오기도 했다. 선글라스를 쓴 중국인 관광객은 도처에 있었고, 미국 의사들은 의료 선교를 위해 북한에 와있었다.

휴대전화 보급률도 크게 올라, 도처에 휴대전화를 든 평양시민들이 눈에 띠었다. 2009년 7만 명으로 추정되던 휴대전화 이용객들은 현재 53만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 언론사는 전했다.

◆최초로 미국 언론에 공개된 ‘북한의 기자회견’

이 통신사 기자들은 “미국 언론에 최초로 공개된다”는 북한의 기자회견에도 참석했다. 지난 4월 21일 평양에서 개최된 북한 송환 어민들의 기자회견장이었다. 이들은 2월 5일 서해 상에서 어선 기관 고장으로 남하했다가 귀순의사를 밝힌 4명을 제외한 나머지 북송 어민 중 10명이었다.

미국 통신사 기자들이 본 북한의 기자회견은 생소했다. 북송 어민 중 남성은 양복을, 여성은 한복을 갖춰 입고 회견장에 나타났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격렬하게 울면서 그들이 얼마나 ‘남조선’에서 부당한 대우를 당했는지 증언했다. 이어진 질의 문답 시간에 ‘평양타임스’ 기자는 남한에 남은 4명의 어민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따지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이 어민들 10명은 벌떡 일어서더니 모두 김정일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모순 많은 북한의 모습이었지만, 이 통신사는 ‘막연히 생각하는 북한’과 ‘실제 북한’은 다른 점도 많다고 했다. 이 언론사는 20여년간 북한을 관찰해온 미국 정부의 로버트 칼린(Robert Carlin)을 인용, “우리가 북한을 이해하는 것보다, 북한은 우리를 훨씬 더 잘 알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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