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남도 태탄군 등지에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북한 중·북부지역의 농경지가 상당 부분 침수되고 인명 피해도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한에 기록적인 비를 뿌린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앞으로도 수백㎜의 비를 더 뿌릴 것으로 보여 북한의 피해 규모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오후 "조선 각지에서 12∼15일 내린 무더기비로 피해가 났다"며 "1만5천여 정보의 농경지가 침수되고 그중 1만 정보는 완전히 물에 잠겼다"고 보도했다.

1정보는 3천평(약 9천917.4㎡)이므로 북한의 농경지 피해는 148.7㎢가 된다. 이는 하천바닥까지 포함한 여의도 면적(8.4㎢)의 17.7배 규모다.

황해남도 청단군에서는 3천여 정보의 논밭이 침수·매몰됐고 해주시와 태탄, 옹진, 벽성, 재령, 신천군도 큰 피해를 입었다.

황해북도에서는 여러 개의 제방이 터지면서 5천900여 정보의 논밭이 물에 잠기거나 매몰됐다.

중앙통신은 함경남도 함흥시의 경우 14~15일 내린 폭우로 가옥들이 무너지고 인명 피해가 났으며 수백 정보의 농경지가 완전히 침수되고 도로가 파괴돼 운행이 차단됐다고 전했으나 인명 피해 상황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날 오전 조선중앙방송은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12일 저녁부터 전국에서 비가 내려 12일 오후 6시~15일 오후 6시 내린 비의 양이 태탄군 363㎜, 북창군 338㎜, 서흥군 329㎜, 신평군 319㎜, 법동군 315㎜, 고원군 303㎜, 수동노동자구 300㎜ 등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또 맹산군 296㎜, 천내군 278㎜, 홍원군ㆍ녕원군ㆍ문천시 275㎜ 등 60여 개 시ㆍ군지역에서 200~300㎜의 비가 내렸다.

지난 12일에도 중앙통신은 제5호 태풍 '메아리'로 2만1천여 정보의 농경지가 침수 등의 피해를 봤다고 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최근 폭우로 인한 북한의 농경지 피해지역은 단순 계산을 하더라도 여의도 면적의 42.5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기상청은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황해도와 함경남도 남부지역에 오늘 밤부터 내일 새벽 사이 시간당 20mm 이상의 강한 비가 내려 일부 지역에서는 강수량이 최고 200mm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6일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장마와 비료 부족 등으로 북한의 올해 농사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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