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부터 올해 1월까지 북한의 류경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과 우리측 김숙 당시 국가정보원 1차장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남북 비밀 접촉을 했다는 설(說)이 제기됐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25일 류경과 한국 국정원 간부가 상호 방문해 천안함·연평도 사과와 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남측은 사죄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판문점 회담을 제의했으며, 북측은 사과를 거부하며 평양 회담을 하자고 맞섰다는 것이다. 양측은 접촉을 통해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사죄문제를 ‘과거의 불행한 사태는 유감’이라는 선에서 정리하고 판문점과 평양을 오가며 두 차례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지난 1월 초 류경이 북한 내 권력 투쟁에서 밀려 남측에 기밀을 누설했다는 혐의를 받고 처형당한 이후 북한 내 강경파가 교섭을 주도하면서 남북 접촉에서 마련된 합의안이 결렬됐다는 것이다.

보도 직후 정부는 이 내용을 부인했다. ‘평양을 방문한 국정원 간부’로 지목된 김 전 차장은 “떠돌아다니는 얘기에 대해 ‘거짓이다, 진실이다’ 얘기 못한다”며 “거기(국정원) 있을 때의 얘기는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보 당국의 부인에도 남북 상호방문설은 계속 번져나갔고, 정부 내에서도 “김 전 차장이 호랑이를 잡으러 굴에 들어갔다”, “원세훈 국정원장의 성격상 그런 일을 했을 리 없다”며 옥신각신했다.

올해 초 우리 정부가 북한에 비핵화회담을 제의하고 남북이 군사실무회담을 열었던 점을 들어 “모종의 합의 없이 대화 분위기가 형성됐겠느냐”며 설을 긍정하는 분위기도 생겼다.

6일에도 한 인터넷 매체가 “류경이 작년 12월 서울을, 김 전 차장이 지난 1월 평양을 답방했다”고 보도했다. 국정원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김진명 기자 geumbori@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