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외교정책 더 근육질 될 것"

테러, 테러지원 더 이상 용인 안해
이라크 공격, 국제협력 부족해 무리
북한 대량 살상무기 위협 다시 조명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커트 캠벨(Campbell) 부소장은 최근 ‘승리를 위해: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미국의 전략’이란 책을 출간하고, 지난 7일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 교수에 이어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부 부차관보를 지낸 그는 옥스포드대에서 국제관계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의 외교정책은 내년에 어떻게 달라지리라고 보는가?
“9·11 테러는 전환점이 됐다. 미국은 9·11의 프리즘을 통해 세상을 보게 됐다. 부시 행정부는 테러 행동이나 테러 지원 행위에 대해 용인하는 정도가 종전보다 더욱 낮아졌다. 앞으로 훨씬 강인하고 억센 ‘근육질(muscular)’의 미국 외교정책을 보게 될 것이다. 또 국내와 외교정책의 구분이 모호해졌고, 어떤 의미에서는 같이 가게 됐다.”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부시 행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부시 대통령과 그의 팀은 미국의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히 정립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지상전도 성공적이다. 이제 초점을 옮겨서 막대한 인도적 비용이 드는 아프가니스탄 재건과 관련한 이슈들을 다뤄야 한다. 이번 전쟁의 성패는 바로 여기에 달려 있다. 미국이 군사적으로는 이길지 몰라도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이 계속 도탄에 빠진다면 미국이 결국 지는 셈이 된다. 중·단기적으로는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에 대해 실질적인 인도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해야 한다고 보는가?
“단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들의 지지나 국제 공조가 부족하다. 미국내에서 테러를 막기 위한 정보활동을 보강하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대치 상태를 해결해야 하는 등, 당장 할일이 많다.”

―미국과 이슬람권간의 장기적인 관계가 이번 전쟁으로 악화되지는 않을까?
“이슬람인들이 죽고, 미국이 대규모 폭격을 하는 데 대한 부정적 여론이 있다. 미국이 긍극적으로 현대적인 이슬람을 지지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심각한 이미지 문제가 있고, 아시아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데….
“현재의 폭력 사태는 극도로 위험한 상태다. 이슬람권의 상당수가 미국으로부터 떨어져나갈 위험성이 있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간극을 극복하기 위해 중립적이면서 지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경고했는데….
“부시 행정부내에 북한의 핵무기와 생화학무기에 대한 걱정들이 실재한다.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으로 달성하려는 것들에 대한 근심과 우려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에 어떤 북한 정책을 권고하고 싶은가.
“단기적으로는 여러 요인들 때문에 포용정책을 계속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한국내에 몇몇 정치적인 도전들(선거일정 등)이 있고, 부시 행정부는 과거 북한이 미국을 대했던 방식으로 대화하는 데는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얼마전 뉴욕타임스가 북한을 미국의 다음 공격대상으로 거론한 것은 흥미있고 도발적인 기사이긴 하지만 너무 멀리 나간 것 같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대체로 설득력있고 강력했으나, 북한의 반응은 김 대통령이 다음 단계의 포용정책을 취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한국 내부의 햇볕정책에 대한 반대, 경제 사정 등 때문에 앞으로 과거와 같은 포용정책을 볼 수 있게 될 것 같지는 않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급박한 이슈 없이 남북관계는 굴러갈 것 같다.”
/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