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이 오는 28일쯤 압록강 하류의 ‘황금평’ 개발 착공식에 이어 30일쯤에는 두만강 하류의 중국 훈춘(琿春)~북한 나선시를 연결하는 포장도로 착공식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사에 양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단둥과 나선특별시 등을 상호 방문하면서 북·중 관계를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에선 대외 경협을 총괄하는 천더밍(陣德銘) 상무부장이, 북한에선 김정일 매제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이 2개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꼽히는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이나 중국 경제를 담당하는 왕치산(王岐山) 부총리가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협 행사’에 참석하는 중국측 인사에 따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나 그의 후계자 김정은이 ‘깜짝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시 부주석의 경우 지난 1월 지린성 창춘시 등을 둘러봤고 김정일은 지난 4월 나선의 나진조선소를 시찰했었다.

안보부서 당국자는 “북한이 이달 말 북·중 경협과 관련한 ‘대형 이벤트’를 만들어 보려고 애쓰는 것 같은데 동북아 정세가 미묘한 상황에서 중국이 일방적으로 북한 편을 들어주는 행동을 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작년 12월 신(新)압록강대교 착공식 때도 중국이 최고위급 인사를 보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류훙차이(劉洪才) 주북 중국대사는 지난 3월 이례적으로 나선시와 옌볜 일대를 방문했고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는 최근 시진핑 부주석을 포함한 중국 고위층을 잇달아 면담했다. 북한에서 외자 유치를 담당하는 리철 합영투자위원장(전 스위스 주재 대사)도 지난달 베이징에서 경협 문제를 논의했다. 북·중 경협이 최고위층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흐름이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남북 교류·교역을 전면 금지한 우리의 5·24 조치 1년을 맞아, 5·24 제재로 입은 경제적 타격을 북·중 경협으로 얼마든지 상쇄할 수 있다는 ‘시위용’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는 “북한으로선 어떤 압력과 고립에도 ‘우리 뒤에는 중국이 있어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실제 북한은 5·24 조치 이후 중국과의 교역을 크게 늘렸다. 2009년 26억8100만달러였던 교역액은 작년 34억6600만달러로 29.3% 급증했다. 2009년 52.6%였던 대중(對中) 무역 의존도는 올해 60%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해관(海關·세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북한의 대중 수출액은 4억100만달러로 작년(1억2700만달러)의 3배가 넘었다.

북한이 북·중 경협 행사를 통해 남남(南南) 갈등을 노린다는 관측도 있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남한 없어도 살길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남측에 하루빨리 관계 개선과 교류 협력에 나설 것을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일각에선 이미 ‘5·24 조치 해봐야 북·중만 가까워지는 것 아니냐’, ‘이러다 북한을 중국에 빼앗길 수 있다’며 대북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흥규 교수는 “북한은 중국이 배후에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겠지만 중국은 대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에 제한적으로 투자하는 ‘중국식 햇볕정책’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안용현 기자 ahnyh@chosun.com

/이용수 기자 hejsu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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