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겪으면서 정부가 남북 교류·교역을 전면 금지시킨 가운데 개성공단에서 근무하는 북한 노동자는 계속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현재 개성공단의 북한 노동자 수는 4만6420명으로 1년 전(4만2415명)보다 11% 증가했다. 매달 334명씩 증가한 셈이다.

개성공단의 총 생산액은 2009년 2억5647만 달러에서 지난해 3억2332만 달러로 늘어났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기이한 현상"이라고 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 노동자는 2005년 공단 가동 이후 꾸준히 늘었지만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작년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과거의 북한 노동자 증가는 매년 20~30개씩 입주기업이 증가한 것과 관련이 깊다. 하지만 작년은 천안함 폭침 이후 취해진 대북 제재 조치인 '5·24 조치'로 개성공단의 신규투자가 금지돼 입주기업이 121개로 동결된 상태였다. 천안함·연평도 도발로 인해 남북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개성공단에도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우려됐었다. 정부 관계자는 "천안함 폭침을 '특대형 날조극'이라 강변하고 우리 대통령을 '역도(逆徒)'라 저주하는 북한이 남북 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에 노동자를 더 많이 보내는 것은 언뜻 이상해 보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북한은 지금 그럴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했다.

지난해 우리 정부의 5·24 조치로 남북 교역은 모두 중단된 상태다. 북한이 대규모 현금을 안정적·합법적으로 공급받는 창구는 개성공단이 유일하다.

개성공단 노동자의 평균 월급은 약 100달러 정도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사회문화시책비' 명목으로 떼가는 일종의 세금이 30%이고, 이 밖에도 여러 명목으로 떼고 나면 북한 노동자가 쥐는 건 임금의 30~50% 수준"이라며 "그나마 북한 돈과 생필품 교환권(쿠폰)으로 받기 때문에 달러는 북한 당국이 모두 가져간다"고 말했다. 매달 현찰 460만달러(약 50억원)가 고스란히 북한에 흘러가는 것이다.

지금 같은 추세로 노동자가 증가할 경우 올해 북한이 개성공단을 통해 버는 돈은 총 6000만달러(약 65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돈줄이 말라버린 북한으로선 노동자 한명이라도 더 공단에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이해와도 부합한다. 의류업체 '신원 에벤에셀' 관계자는 "북한 노동자 임금은 중국·동남아와 비교해 훨씬 경쟁력 있다"며 "현재 북한 노동자 1200여명을 쓰고 있는데 많이 쓸수록 많이 남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공단 사정에 밝은 이임동 전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우리 기업들이 북측 총국(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에 요청해놓은 추가 노동력이 총 2만명"이라고 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입주기업들이 만날 '죽겠다, 죽겠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라며 "개성공단에 관한 한 북한과 우리 기업들의 이해관계는 완전히 일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입장에서 노동력 추가 공급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개성에서 사지 멀쩡한 사람은 죄다 공단에서 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개성시와 그 인근의 가용 노동력은 몇년 전에 고갈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북측 총국은 "여유 날 때마다 노동자를 더 주겠다"며 우리 기업들을 안심시키려 애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평양, 평안남·북도, 함경남·북도 출신의 외지인들을 개성공단에 투입하기 위해 개성시내에 낡은 건물들을 기숙사로 고쳐 쓴다는 말도 있다"고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렇게라도 노동자를 추가 공급한다는 건 북한이 지금 얼마나 달러가 급한지를 시사한다"고 했다. /조선닷컴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