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6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의 임기 전반기를 ‘실패’로 규정했다. 이 총재는 연설 말미에서 “오는 8월 25일이면 현 정권의 임기는 절반이 지난다”고 상기시킨 뒤 “‘실패한 절반의 임기’를 거울삼아 남은 절반의 임기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성공한 대통령과 성공한 정부’로 역사에 평가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축복’의 형식을 빈 ‘경고’였다.

이 총재는 김 대통령을 향해 “욕심을 버리라. 공명심을 버리라”고 주문하고, 국정 전 분야에 걸쳐 강한 비판들을 쏟아놓았다. 이 총재는 “김 대통령이 ‘이제 더 이상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고 선언하자 통일이 눈앞에 다가온 듯 사회가 들뜨고 있다”면서 “탁상 위에서 마련한 통일방안을 현실에 적용시키려 들어서는 안 되며, 평화공존을 바탕으로 한반도 전체에서 자유와 인권이 존중되고 민주주의가 꽃피는 ‘바른 통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정부가 비전향 장기수를 북으로 돌려보내며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은 소홀히 하고 있다며 “자기 국민을 돌보지 않는 정부는 정부의 자격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북한 당국이 조선일보 기자의 입북을 거부한 사태와 관련 “남북문제에서 단기적 성과에 집착해 원칙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특정 언론사의 입북 거부와 같은 사태는 결코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제분야와 관련해 이 총재는 “김 대통령은 ‘직접 경제를 챙기겠다’고 말했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한국경제가 위기에 봉착한 것은 ‘IMF를 1년 반 만에 완전히 졸업’하려는 욕심에 구조조정을 졸속으로 추진했고, 다른 의견을 반(반)개혁으로 몰아붙인 오만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 정부가) 모든 문제를 과거 정부의 탓이라 돌리고 국가를 경영하는 자신의 책임이 얼마나 막중한지를 깨닫지 못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일부 파업현장에서 보인 정부의 초강경 대응은 ‘폭력’이라고 규정하고 “과연 이 정권이 과거 군사정권과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 총재는 “4·13 총선을 사흘 앞두고 발표된 남북정상회담 뉴스에 언론, 국민이 눈을 팔고 있는 사이 막후에서는 엄청난 금품살포가 이뤄졌다”면서 “3·15 부정선거 때는 4·19 혁명을 가능케 한 언론이 있었지만 4·13 부정선거에 대해서는 언론이 함구했고, 지금도 함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창균기자 ck-kim@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