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대남(對南)기구가 모여 있는 노동당 ‘3호 청사’와 정찰총국을 비공개 방문했던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3호 청사에는 통일전선부·대외연락부 등이 있고 정찰총국은 대남 무력 도발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천안함 폭침 도발을 주도했다.

대북 소식통은 이날 “김정일이 3호 청사 등을 돌며 대남 요원들을 격려한 것으로 안다”며 “각종 대화 공세가 먹히지 않을 경우 도발 카드를 다시 꺼내 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국방장관)은 인민군 창건 79주년(25일)을 하루 앞둔 이날 평양 중앙보고대회에서 “백두산 총대는 자비를 모른다”며 “지금 조선반도에는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긴장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도 23일 “남측이 끝까지 외면한다면 우리(북)는 대화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최근 북한은 겉으로는 북핵 6자회담, 적십자회담, 백두산 접촉 등을 열자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해상 침투 및 포 사격훈련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정일의 동선(動線)이 주목된다. 2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일은 함정·잠수함 등을 주로 만드는 것으로 알려진 함북 나진조선소를 현지지도(시찰)했다. 1998년 김정일 정권이 공식 출범한 이후 김정일의 나진조선소 방문 보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매체가 나진조선소를 언급한 것도 처음이다. 또 김정일은 핵 실험장(풍계리)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대(무수단리)를 관할하는 함북 264부대를 방문해 ‘선군(先軍)’을 강조했다고 북한 매체가 전했다.

안보 당국은 김정일이 도발 직전 해당 부대나 지역을 둘러보는 행적을 보였던 점을 주목한다. 김정일은 작년 3월 천안함 공격을 2주일쯤 앞두고 황해북도를, 11월 연평도 포격 직전에는 황해남도 일대를 시찰했다. 2006년과 2009년 핵 실험 및 장거리로켓 발사 무렵에는 함경도 일대를 집중 방문한 바 있다. 최근 시찰도 ‘도발의 전주곡’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정일은 최근 부쩍 ‘자력갱생’을 다시 강조하기 시작했다. 중앙통신은 23일 김정일의 성진제철소(함북 김책시) 방문 소식을 보도하면서 “(김정일이) 자력갱생이야말로 필승의 보검이라는 것을 다시금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외부 지원이 어려울 때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내부를 단속해왔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 움직임이 단순한 대화 압박용이 아닐 수도 있다”며 “5월이 대화와 도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안용현 기자 ahny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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