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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 위기 고비마다 숙청 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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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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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동에는 민주화 바람이 불고 있지만 평양에는 ‘숙청의 바람’이 불고 있다. 북한이 작년 4월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을 공개 총살한 데에 이어 6월 김용삼 철도상과 문일봉 재정상까지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다.

“숙청의 공포를 이용해 간부들을 통제하면서 김정은 후계 체제의 기반을 다지려는 의도”(대북 소식통)란 분석이다. 실제 평양 정권은 고비 때마다 ‘피의 숙청’을 통해 권력을 지켜왔다. 안보부서 관계자는 “북한이 작년 9월 김정은 등장을 전후해 밖으로는 천안함·연평도 등 각종 도발로, 안으로는 숙청을 통해 내부를 단속하면서 권력 이동을 진행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평양은 공포 분위기”

북한이 김용삼 철도상을 2004년 4월 일어난 평북 용천역 폭발 사고에 연루됐다며 뒤늦게 처형한 것은 “간부들 사이에 공포 분위기를 만들어 김정은 후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정부 소식통)는 관측이다. 그는 장관급인 철도상만 10년간 지냈으며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북측 대표로 나왔다. 김용삼이 미제(美帝) 간첩 혐의를 받은 것과 관련, 한 고위 탈북자는 “1990년대 후반 100만명 이상이 굶어 죽을 때 김정일은 당시 농업담당 비서 서관히를 ‘미제 간첩’으로 몰아 평양 시민들 앞에서 공개 처형했다”며 “김용삼에게 씌워진 간첩 혐의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문일봉 재정상은 10년 넘게 내각의 살림살이를 담당한 인물이다. 노동당이 주도한 화폐개혁과는 관계가 없지만 ‘공포 정치’의 희생양으로 박남기 당 부장에 이어 처형당한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 내부소식통은 “작년 말에서 올해 초 외화벌이 간부들이 대거 숙청되는 등 평양 분위기가 살벌하다”고 전했다. 탈북자단체인 ‘NK지식인연대’는 작년 11월 “북한이 김정은 주도로 간부들에 대한 대규모 비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비 때마다 등장한 숙청 카드

김정일은 후계자 때부터 숙청 카드를 써왔다. 1975년 부총리였던 삼촌 김영주를 자강도 강계의 산골에 연금시켰으며, 김평일 등 이복(異腹)형제들을 해외 공관으로 쫓아냈다.

김정일의 첫 대규모 숙청은 1992년 10월 일어났다. 당시 김정일은 소련 유학파 장교들이 체제를 비판한 사실을 적발해 20여명을 숙청하고, 유학파 300여명의 군복을 벗겼다. 자신의 최고사령관 취임(1991년 12월) 직후 소련파 장교 숙청을 군권(軍權) 장악에 활용한 것이다. 김일성 사망(1994년 7월) 이듬해인 1995년 4월에는 이른바 ‘6군단 숙청’ 사건이 벌어졌다. 함북 주둔 6군단 정치위원과 함북도당 간부 등 20여명이 “외화 자금을 횡령하고 지휘 체계를 문란시킨 사건”(전 국정원 간부)이었지만 김정일은 김영춘 대장(현 인민무력부장)을 보내 관련자들을 가혹하게 처단했다. 처형된 군인만 수백 명이란 소문이다.

이어 김정일은 100만명 이상이 굶어 죽은 1997~1999년 간부 2000여명을 숙청했다. 간부들의 6·25 때 행적을 재조사해보니 간첩 혐의가 있더라는 것이었다. 농업담당 비서 서관히도 이때 총살당했다. 그러나 이 일을 두고 민심이 악화하자 2000년 3월에는 숙청을 주도했던 간부 수십 명을 모조리 숙청했다.

조영기 고려대 교수는 “김정일은 고비 때마다 숙청으로 위기를 넘었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당 중간 간부들의 이반을 부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안용현 기자 ahny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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