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도라산 남북 출입사무소에서 열린 백두산 화산 관련 전문가 협의에 나타난 북한 대표단은 모두 13명이었다. 남북 사전 접촉에서 북한이 알려온 대표단은 윤영근 화산연구소 부소장 등 3명이었다. 북측 대표단은 큰 여행가방 두 개 분량의 자료를 갖고 나타났다. 그만큼 북한이 이번 회의에 신경을 쓰는 듯했다.

◆“북 자료, 흥미 있는 것 많아”

우리측 수석대표인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는 이날 브리핑에서 “남측 과학자들이 전혀 접근할 수 없었던 지역의 훌륭한 자료를 (북측이)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거기에 대해 알게 됐다”고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백두산 분화 가능성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학문적 관점에서 흥미있는 수준의 얘기가 오간 수준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북측 대표단은 백두산의 지질·지온(地溫), 백두산 온천 현황 등에 관한 비공개 자료 일부를 우리측에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남측이 질문하는 방식”

북한은 일본 대지진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17일 백두산 화산 회담을 제안했다. 작년 6월 국내 학계를 중심으로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중국이 이에 대해 “최근 수년간 백두산 화산 활동은 안정적인 상태”라는 공식 입장을 전달해 오는 등 한바탕 논란이 진행될 때도 북측은 백두산 화산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었다. 그런 북한이 일본 지진을 계기 삼아 남북 백두산 화산 회담을 제의하자 우리 정부와 전문가들은 “천안함·연평도를 우회해 남북대화를 하려는 전술”이라고 했었다.

이날 북한은 북한의 화산활동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 없이 화산활동의 공동연구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는 전문가 회의가 끝난 후 브리핑을 통해 “우리의 질문에 대해 북측의 의견을 청취했다”며 “북한측에서 백두산 화산활동과 관련해 공동연구 필요성 차원에서 언급은 있었지만 구체적 징후에 대해서는 명확한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이 동(東)일본 지진을 계기로 백두산 화산 문제를 논의하자고 했지만 실제로 이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없었다는 것이다.

북측 단장인 윤영근 화산연구소 부소장은 “일본에서 지진이 일어난 다음 우리(북) 지하수 관측공에서 물이 약 60㎝ 출렁거리고 샘물에서 감탕(흙탕물)이 나오는 현상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일본에) 가까운 곳에 있어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이) 북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적극적으로 감시한다”는 말도 했다. 또 3월 말 개성에 눈이 온 것을 언급하며 “기상천외한 현상이다. 기상 현상도 잘 모르겠고 지진 또한 잘 모르는 일(자연현상은 예상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라고 말했다.

◆북 “백두산 현지 공동조사하자”

정부 관계자는 이날 회담에 대해 “서로 탐색전을 한 셈”이라며 “북한은 대화의 끈을 이어가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현재 북한은 6자회담 개최와 식량 지원 등을 위해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한편 북한은 이날 백두산의 화산을 남북이 공동 조사하자고 우리측에 제의했다. 북한은 “백두산 화산 활동에 대한 공동연구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현지(백두산)에 나가 공동으로 조사하는 방안을 설명했다”고 유인창 교수가 전했다. 북측은 4월 초 전문가 회의를 다시 갖자고 제의했다. 정부 당국자는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박은호 기자 unopark@chosun.com

/안용현 기자 ahny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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