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음모설을 제기하는 측에서 ‘전문가 의견’이라며 떠받드는 인물이 몇몇 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어뢰 폭파로 인한 에너지가 불과 1~2초의 짧은 시간 내에 화학적 변화를 일으킨 천안함 폭침을 규명할 만한 과학적·전문적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다.

물리학 분야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 버지니아대학 이승헌 교수다. 그는 1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천안함 문제는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다 이해할 수 있다”며 “과학을 공부 안했어도 설명 들으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군 합동조사단이 (결과를)조작한 게 틀림없다”며 “물리학자 명예를 걸고 말하는 데 (천안함 잔해에 남은) 흡착물질은 조작한 게 틀림없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독자적인 실험을 실시한 거의 유일한 인물이다. 이 실험을 통해 이 교수는 천안함 잔해에서 발견된 흡착물질이 북한의 어뢰 추진체에 남아 있는 물질과 동일하지 않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이 교수는 폭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알루미늄을 가열한 후 냉각시키는 실험을 통해 결론을 끌어냈다. 이에대해 국내 과학자들은 “실험조건이 다르므로 결과도 상이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좌파 진영에서 흡착물질을 규명할 때 이 교수와 함께 자주 등장시키는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 교수의 전공은 지질학이다. 그는 흡착물질의 성격을 깁사이트(광물질)수산화알루미늄(부식)비결정질바스알루미나이트로 세 차례 주장을 바꿔왔다.

지난해 9월 이승헌 교수와 함께 도쿄에서 천안함 의혹에 대해 기자회견을 가진 존스홉킨스대 서재정 교수는 국제정치학자다. 그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후 전공을 바꿔 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코넬대에 이어 존스홉킨스대에서 강의를 한 그는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급랭한 것을 거론하며 합조단의 조사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승헌 교수, 서재정 교수와 함께 미국에서 천암함 의혹을 제기 ‘해외 3인방’으로 불린 박선원씨 역시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과학과는 거리가 멀다.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그는 천안함 사태 직후인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에서 천안함 의혹을 제기하는 ‘이론적 배경’을 제공했다.

지난해 유엔 안보리에 천안함 조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서한을 보낸 참여연대의 사무처장 이태호씨는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서양사학과를 졸업한 후 95년부터 참여연대 조직부장으로 활동해온 그도 이승헌 교수 등의 주장을 인용할 뿐 과학적인 전문 지식이나 배경은 갖고 있지 못하다.

민주당 추천으로 민·군 합동조사단에 참여했던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북 어뢰에 쓰인 1번은 우리가 쓴 것 같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해양대학교를 졸업하고 해군에 근무 경력이 있을 뿐 전문가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신씨는 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가 논란을 빚자 이 문제를 다루는 TV 토론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하원 기자 may2@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