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가 이어지는 이 계절엔 공연장들도 옷을 갈아입는다. 쓱삭쓱삭 얼음 지치는 소리를 들으며 얼음위 요정들의 아름다운 춤을 감상하는 아이스 발레, 격식도 벗어던진 음악회, 여름밤 야외에서 열리는 뮤지컬 하이라이트쇼…. 이런 시원한 공연장에 앉으면 몸과 마음은 찜통더위속 갑갑한 일상으로부터 잠시 탈출한다.

/편집자

〈아이스 발레들〉

아이스 발레는 공연장 전체가 거대한 냉장고이니 무더위가 느껴질 틈은 없다. 아이스발레단 얼음 요정들은 이제 매년 여름마다 한국을 찾는 단골손님들이다. 올해 한국 공연은 우크라이나의 ‘키예프 아이스 발레단’(13~17일 장충체육관·02-516-0069)이 테이프를 끊고 상트 페테르부르크 아이스 발레(8월 11~20일 예술의전당)도 곧 서울을 찾는다. 키예프 아이스 발레는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공연단. 단원 대부분이 올림픽이나 세계 선수권대회 입상자이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하얀 얼음판 위에서 38명의 아이스 발레리나들이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 발레의 고전부터 ‘코삭’ 등 민속 무용까지 2시간 가까이 얼음 쇼를 선보인다. 쿨의 ‘해석남녀’등 우리 가요에도 맞춰 춘다. 기획사는 “얼음이 녹지 않도록 대형 에어컨을 틀기 때문에 관중석 온도가 10~15도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시원한 야외 공연들〉

예술의전당은 전통예술 기획시리즈 ‘한국 강의 혼과 예술’ 금강편을 9일부터 8월 20일까지 예술의전당 야외극장에서 무료로 선보인다. 올해엔 전북 장수에서 발원해 충남에 이르며 풍요한 전통문화를 싹틔운 금강 유역의 대표적 전통예술을 소개하며 민족혼을 더듬는다. 첫날 ‘여는 마당’에선 ‘공주 열두띠 탈놀이’와 ‘서산 박첨지놀이’, 23일 ‘펼침마당’에선 ‘부여 산유화가’ ‘공주 선학리 지게놀이’ ‘금산 농악좌도굿’을 공연한다. 세번째 무대인 8월 18일 ‘놀이마당’에선 ‘무주 방앗거리제놀이’와 ‘부여 내지리 단잡기’, 20일 ‘맺음마당’에선 ‘익산 목발노래’ ‘군산 살풀이’ ‘이리 농악’을 각각 선보인다. (02)580-1300

유명 뮤지컬의 주옥같은 명곡들을 여름밤 한자리에서 감상하는 무대도 있다. ‘뮤지컬 콘서트 2000’(정진수 연출)이 14일 7시30분 진주시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 앞 야외공연장에서 공연된다. 제1회 영호남연극제의 개막 축하공연이다. 뮤지컬 전문 여배우들의 모임인 맥 (MAC. Musical Actress Club)은 우리들 귀에 익은 수많은 뮤지컬 명곡과 ‘휘파람’ 등 북한 노래 메들리를 들려주며 여름 밤 더위를 달콤한 뮤지컬 음악의 세례로 씻는다. (02)766-8679

〈격식 깬 음악회〉

답답한 음악당을 벗어나 자연 속으로 나가는 것만으로도 음악회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운심리에 있는 ‘양평 바탕골예술관’은 개관 1주년을 맞아 ‘섬머 아트 페스티벌’을 1일 개막, 8월 27일까지 열고 있다. 개막축제로 행사의 남은 일정을 보면, 청소년음악회(9일) 여음 목관5중주단(16일) 김성관 재즈콘서트(30일) 등 다채로운 음악무대를 매주 토·일요일 차례로 선보인다. 리을무용단의 ‘우리춤 다시보기 시리즈’(7월8,15일, 8월 26일)와 ‘지구 댄스씨어터’(8월 5일) 가족음악극-모차르트의 요술피리(7월29일) ‘국제 아동청소년공연예술제 해외우수작 초청공연’(8월12~13일)등 다양한 장르의 무대를 곁들인다. 공연시간은 토요일 오후 3시, 일요일 오후 2시. (0338)774-0745

KBS교향악단이 재미(재미) 지휘자 함신익을 초청해 여는 가족음악회 (14일 오후 7시30분, 서울 KBS홀)도 전통적 클래식 연주방식을 깨는 ‘쿨 퍼포먼스’다. 음악 제목을 팸플릿에 밝히지 않고 미리 연주한 다음, 곡 이름, 작곡가 이름, 템포 등을 관객에게 퀴즈로 내고, 이를 맞춘 이에게 간단한 경품을 준다. (02)781-2244.

/김명환기자 mhkim@chosun.com

/김용운 기자 proarte@chosun.com

/정재연기자 whaud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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