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서 일어난 일은 다음 날이면 바깥세상에 알려진다. 예전에는 도저히 알 수 없었던 북한 주민들의 생활 실태나 집단행동이 동영상과 사진을 통해서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대중가요는 물론 드라마까지 북한 곳곳에 번지고 있다.

이런 일을 가능케 하는 가장 큰 힘은 2만명을 넘어선 국내 탈북자 사회다. 이들은 북에 남겨둔 가족이나 친지·친구들과 휴대폰으로 연락을 취하고, 인편(人便)을 통해 직접 연락을 주고받기도 한다.

최근 들어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주민들은 소형 컴퓨터 저장장치인 USB까지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 컴퓨터학과 교수였던 김흥광 NK지식인연대(탈북자단체) 대표는 23일 “북한 당국의 검열을 피할 수 있는 ‘스텔스 USB’를 작년 2월 개발해 지금까지 수백 개를 북한에 반입시켰다”고 밝혔다.

김 대표에 따르면 ‘스텔스 USB’는 콘텐츠가 들어 있어도 세관 검색 시 컴퓨터에 꽂으면 비었다는 뜻의 ‘0byte’로 표시된다고 한다. 그러나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콘텐츠가 되살아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스텔스 USB’를 북한에 들여보낼 때 북측 세관이 USB를 검열해도 빈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감시망을 쉽게 통과할 수 있다”며 “그러나 북한 땅에 들어가면 남한 드라마나 뉴스 등의 콘텐츠가 되살아난다”고 말했다. 스텔스 전폭기처럼 북한의 ‘레이더망(세관 등의 감시)’을 무사히 뚫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에서 인터넷은 안 되지만 주민들은 USB나 CD·DVD 등을 통해 외부 정보를 접하고 있다. 이 USB를 입수한 일부 북한 청년들은 NK지식인연대측과의 접촉에서 “재미없는 내용(민주주의 소개)보다 드라마 등을 좀 더 많이 넣어달라”는 식의 부탁을 할 정도로 북한에서 인기가 높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북한 당국은 ‘불온 정보’를 담은 UBS·CD·DVD 등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작년 1월 30일 특별단속반을 가동시켰다.

북한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거의 매일 휴대전화로 북·중 국경지대 통신원들과 연락하거나 중국 등으로 나오는 내부 소식통과 접촉해 대북 정보를 얻고 있다.

/안용현 기자 ahny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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