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의 짐 리치(Leach·59) 동아태소위원장은 6일 조선일보와의 단독회견에서 9·11 테러 이후 미 의회의 아시아에 대한 시각을 밝혔다.

아이오와주 출신의 13선 의원인 그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가 끝난 뒤인 지난 7월 미·북관계에 대한 청문회를 여는 등 한국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1960년대 중반 도널드 럼즈펠드(Rumsfeld) 장관이 하원의원일 때 그의 보좌관을 지냈으며, 70년대에는 국무부에서 군축을 담당하고 미국의 UN대표단의 일원을 지내는 등 외교관을 역임했다. 프린스턴대와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에서 수학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다고 보는가?

“테러리즘은 국제적 현상이며, 특정 지역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전체 문명세계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고,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한국 국민들도 예외일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모든 문명국가들은 테러 문제를 곰곰히 따져볼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정부주의가 테러의 기반이며, 그것은 사회적 안정뿐만 아니라 경제적 안정을 위해서도 위해롭다.

한국과 같은 나라들은 안정에 큰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 않은가. 현재 북한과 관련해서 특별한 측면이 있다. 사람들은 테러리스트들을 돕고 부추기는 어떤 국가들에 대해서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이같은 상황은 북한에 암시하는 바가 크다. 물론 몇몇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북한은 중요한 반테러 국제조약에 서명하기로 했다. 자신들이 난관에 직면할지 모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북한이 과거에는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이슈들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도 이처럼 엄청난 재난적인 사건의 맥락에서 가능해졌을 수 있다. 한국인의 관점에서도, 한국인들이 직접 불행한 일을 겪지 않고서도 다른 곳에서 일어나는 불행한 사건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경고했는데….

“세계화의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는 지구를 파괴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지구상의 첫번째 세대이다. 그같은 무기 중 하나가 핵무기이고, 또다른 것은 생물학 무기이다. 나는 테러리즘이 출현한 마당에서는 이런 이슈들에 대해 훨씬 깊게 생각해야만 한다고 믿는다. 테러 자체도 무시무시하지만, 대량살상무기를 동반한 테러리즘은 결코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무기, 미사일, 생화학 무기, 재래식 군사력 중에서 미국과 앞으로 긴장을 가져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슈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어느 것도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에게 도전은, 궁극적으로 그런 무기들의 사용을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정치적 구조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책임을 지는 민주적인 정권하에 통일된 한반도를 만드는 것이 훨씬 적절하다는 것을 한국 국민들은 새삼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 질서는 현재와 같은 분단이 어리석다는 것을 갈수록 분명하게 해주고 있다.”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수용치 않거나, 미사일을 계속 수출한다면 어떤 정책 대안을 제시할 것인가.

“현시점에서 그같은 위협들을 전제해서 생각하는 것은 적당치 않다. 오히려 상식과 건전한 판단이 모든 사회에서 실현되기를 바라야 할 시점이다.”

―북한과 알 카에다 등 테러조직간의 연계 여부에 대한 정보를 행정부로부터 들은 적이 있는가.

“내가 북한의 그같은 혐의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뉴욕타임스는 지난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끝난후 북한을 제2의 공격목표로 삼을 수 있다고 보도했는데….

“미국이 한반도에서 그같은 위기를 재촉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물론 언제든지 위기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은 있지만 미국이 그렇게 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북한의 개혁 가능성과 장래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가.

“북한처럼 비밀에 싸인 국가에 대한 예측은 언제나 틀리기 쉽다. 현재로서 낙관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인간은 합리적이며 다른 사람들을 고려하게 마련이라는 상식적인 믿음뿐이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 동안 북한이 우리에게 보여준 것을 고려하면, 크게 낙관할 근거는 없는 셈이다.”

―상하 양원의 일부 의원들과 디펜스 포럼 재단이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초청하려고 하고 있으나 한국 정부가 이를 허용치 않고 있는데….

“나는 모든 아이디어를 다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에 관해 어떤 결정을 했거나 가까운 장래에 어떤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황씨 초청에 대해서는 개방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일본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파병하는 등 ‘군사 대국화’로 치닫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이 문제에 대해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왔다. 일본은 국제사회의 요청에 따라 해양강국으로서 활동을 확대했고, 그런 활동은 현재로서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움직임이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럴 가능성도 없다고 본다. 가까운 장래에 일본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그것은 침체하는 경제다.”

―현재 한·미간에 가장 중요한 현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미간에는 중요한 경제·문화적 이슈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전쟁 이후 계속돼 온 통일 문제다. 두 개의 한국이 평화적인 어떤 방식으로, 한국인들을 대표하는 하나의 정부를 갖느냐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 그것은 민주주의적인 제도를 의미한다. 한국의 통일 문제는 다른 모든 현안들에 우선하는 문제다.”
/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
/ 강인선특파원 ins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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