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금고인 38호실을 39호실로 통합했다가 작년에 부활시키고 김동운 전 39호실장을 실장에 임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기구의 역할에 시선이 쏠린다.

앞서 2008년 단행된 두 기구의 통폐합은 역할과 기능 중복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38호실은 김 위원장, 39호실은 노동당의 자금줄 역할을 했지만 하는 일이 비슷하고 사실상 경계 구분도 모호해 양 기구 통폐합으로 업무 중복을 피하고 기관간 갈등의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외화벌이를 강화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폐합은 작년 5월 38호실과 39호실의 재분리로 2년여 만에 원상태로 돌아간 셈이다.

북한의 두 기관 재분리 조치에 대해 김정은 후계구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분석은 2008년 8월 김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2009년 1월 셋째아들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한 상황에서 후계구도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돈을 끌어다 쓸 새 금고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한다.

김 위원장과 가계의 우상화 작업 등에는 노동당 자금줄인 39호실의 돈을 끌어쓸 수 있지만, 김정은이 최고지도자가 돼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비용을 은밀히 대주는 데는 별도의 기구가 필요했다는 것.

실제로 김정은은 2009년 후계자 내정 이후 고위 간부들을 불러 모아 개인적으로 비밀파티를 열고 선물공세도 펼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은의 이러한 활동 자금을 38호실이 대고 있는 것으로 관계당국은 보고 있다.

38호실은 39호실과 마찬가지로 주요 공장이나 기업소, 광산 등을 직영하면서 대외무역을 통해 자금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외국의 고위 인사들이 방문하면 숙박시설로 이용하는 평양 중심지의 고려호텔 등도 소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2012년을 '강성대국의 해'로 목표를 세운 북한이 외화 획득을 위한 루트를 다양화하고자 38호실을 부활시킨 것이라는 주장도 내놓는다.

북한이 전일춘 39호실장에게 작년 초 국가개발은행 이사장을 겸하도록 하고 적극적인 외자 유치에 나섰지만 실적이 미미하자 김동운에게 38호 실장을 맡겨 경쟁체제를 갖췄다는 얘기다.

북한이 마약이나 위조지폐 유통 같은 불법행위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38호실을 부활시켰다는 분석도 있지만 38, 39호실이 주로 통치자금 마련을 위한 무역 및 대외거래에 앞장서 왔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북 소식통은 "38호실과 39호실이 김 위원장의 통치자금을 마련하는 데 이용된다는 것이 문제지 거래 자체는 비교적 정상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며 "마약과 위폐 거래는 정찰총국 등이 앞장서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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