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공산체제 붕괴 이후 10년. 지난 10년이 러시아에게 견디기 힘든 시기었다면 옛 연방 산하 14개 공화국들에 있어서는 더욱 어려운 것이었다.

1991년 12월 8일 소비에트 연방이 막을 내린 이후 산하 공화국들은 열망하던 자치권을 얻었으나 톡톡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각 공화국들은 모스크바의 경제적 지원이 끊긴 가운데 옛 소련 시절 잉태된 각종 문제들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독립과 함께 각종 악이 숨어 있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서 대부분 공화국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잔혹한 내전, 권위주의 지배체제, 인접국 및 이웃 종족과의 전란에 빠져들었다.

타지키스탄 내전과 러시아와 몰다비아간 트랜스드네스트르 지방 영토 분쟁,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나고르노-카라바흐 영유권 싸움, 그루지야와 압하스 자치공화국간 전쟁 등으로 수천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루지야와 압하스 분쟁은 이미 위기에 빠진 러시아-그루지야 관계 마저 극한으로 치닫게 만들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각 공화국들은 천연 자원과 내수 시장 부족 등으로 곤경에 처해 있으며, 각 공화국간 자유무역지대(FTA)를 창설하자는 구상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만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해 연안 3국만 정치.경제적 안정을 유지하며 유럽연합(EU)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위해 문을 두드리고 있다.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등도 석유 자원을 토대로 일부 번영을 누리고 있으나 그 과실은 부패한 소수 엘리트 집단의 주머니로 스며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벨로루시, 몰다비아, 그루지야, 아르메니아 등은 러시아 가스에 의존한 채 겨우 연명하고 있으며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은 경제 개혁 마저 거부한 채 비참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등 일부 공화국은 국제사회로의 편입을 시도하다 러시아와 마찰을 빚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다시 러시아의 거대한 중력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미국 주도의 대(對) 아프가니스탄 테러 보복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 영향권에서 점차 벗어나는 양상이다. 미국은 이들 국가의 도움에 대한 보답으로 안보와 경제 지원을 약속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러시아 영향권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옛 소련 공화국들은 지난 10년 동안 빼앗긴 언어를 되살리고 독자 노선을 추구하는 등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을 쳤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부패, 권위주의 독재 체제, 인권의 실종, 민족 분규 등 각종 질곡으로 신음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 지적이다./모스크바=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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