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민주화 추세인데 공산당의 민주화는 너무 더디다’, ‘공정 투표권조차 빼앗는 현 지도자 선출제도는 협잡이나 다름없다’

지난 7월 창당 80주년을 맞은 중국 공산당이 최근 한 대학교수의 호된 비판으로 소란스럽다. 공산당 지도부에 직격탄을 날린 장본인은 중앙당교(中央黨校)의 왕궤이시우 교수(정치학). 중앙당교는 중국 공산당의 싱크탱크로서 당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해 왔으며, 특히 차기 최고 지도자로 사실상 확정된 후진타오(胡錦燾·58) 국가부주석이 이 학교의 교장을 맡고있다는 점에서, 왕 교수의 비판배경을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이를 두고 “내년 가을 개최 예정인 중국 공산당 제16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당내 진보파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점과 맞물려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왕 교수는 ‘중국 당과 정치관료 포럼’이라는 잡지의 논문에서 “중국공산당은 당장(黨章)에 규정된 절차조차 무시하고 있다”면서, “이제 절차를 준수하는 것에서 부터 당내 민주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인 민주화 방안으로 당원들의 자유투표 보장, 정치국 상임위원회 폐지,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의 역할 보장, 당중앙기율(紀律)검사위원회 독립을 제시했다.

그는 또 “덩샤오핑(鄧少平) 등 전직 지도자들의 권력은 무소불위(無所不爲)였으며, 인민들에게 자신들의 지시를 따를 것을 일방적으로 강요했다”면서 “당 지도자가 은퇴 후에도 영구직책을 갖거나, 전인대·정협(政協) 대표 등으로 관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왕 교수는 “현재 당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모든 당원이 공평하고 똑같은 권리를 갖는다’는 당 헌장과 배치된다”면서, “당원들이 무조건 시키는 대로 투표해야 하는 현 지도자 선출제도는 협잡이나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 홍콩=이광회특파원 santaf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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