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계정신이란 1990년대 말 안팎으로 체제붕괴까지 거론되는 심각한 위기상황 속에서 북한당국이 체제 유지와 경제난 극복을 위해 주민들에게 요구했던 당대의 시대정신이자 경제회생의 기치를 말한다.

김일성 사후 북한이 이른바「고난의 행군」을 벌이는 과정에서 자강도가 가장 모범을 보였다하여 도소재지이자 도를 대표하는 상징도시인 강계와 이곳 주민들의 투쟁정신을 하나로 묶어 강계정신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강계정신은 김정일이 98년 1월 자강도 인민경제 여러 부문을 현지지도 한 것을 계기로 고창되기 시작했으며 이후 사회 각 분야로 확산되면서 경제선동의 구호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김정일은 주민들이 초근목피로 연명하는 극심한 식량난의 와중에서도 한동안 민생은 도외시한 채 군부대 일변도의 활동양태를 보였다. 그러다가 98년 1월 자강도 인민경제 각 부문을 둘러보면서 처음으로 초미의 현안인 민생문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전체 주민들이 따라 배워야 할 마음가짐과 투쟁정신의 본보기로서 강계정신을 제시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강계정신의 내용은 ▲자기 수령만을 믿고 받드는 수령숭배의 정신 ▲당의 구상과 의도를 무조건 실현하기 위해 투쟁하는 결사관철의 정신 ▲자신의 힘을 믿고 자기 단위의 살림살이를 자체로 꾸려나가는 자력갱생·간고분투의 혁명정신 ▲사회주의 미래에 대한 신심과 희망을 잃지 않는 혁명적 낙관주의 정신 등으로 간추려진다.

김정일이 난관극복의 모범단위로서 자강도를 선택한 것은 자강도가 북한에서 가장 자연환경이 척박하고 사람들이 살아가기 어려운 곳인데다 실제로 이곳 사람들이 가장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운 여건에 처한 지역에서 창출되는 투쟁정신이 일반 대중들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고 그 파급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해 자강도를 경제회생의 본보기단위로 내세웠던 것이다.

북한은 작년 4월 22일 당기관지 노동신문과 당이론잡지 근로자에 게재한「강계정신으로 억세게 싸워나가자」제하의 공동논설에서『자강도 사람들은 풀뿌리와 나무껍질, 강냉이대와 벼뿌리를 먹으면서도 자기 혁명초소(생산현장)를 지키며 당정책을 관철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곳 주민들이 이탄(泥炭)까지 먹어가며 벌인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예술영화로 제작,「자강도 사람들」(1·2부)이라는 이름으로 내놓기도 했다.

북한은 강계정신이라는 용어와 함께「자강도 사람들의 일본새」라는 말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자강도 사람들의 일하는 자세와 태도라는 뜻으로 그 함의는 강계정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광인기자 k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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