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일 미·중 정상회담 이후 우리 정부의 대북(對北)정책에 대해 “바뀔 게 없다”고 말했다. “한·미가 그 동안 논의했던 대북정책의 선상(線上)에서 미·중이 합의를 이뤘기 때문”(통일부 당국자)이라고 설명한다. 미·중 정상회담에 ‘진정성 있는 남북 대화’가 이뤄진 뒤 6자회담을 한다는 우리측 입장이 어느 정도 투영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미·중 합의, 우리 대북정책 선상”

이번 미·중 공동성명의 핵심은 선(先) 남북 대화, 후(後) 6자회담 재개 기조로 압축될 수 있다. 공동성명은 “진정성 있고 건설적인 남북 대화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진정성(sincere)이란 말에는 북한에 변화를 요구하고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와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분석이 많다. 북한이 주장하는 ‘무조건 대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미·중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프로그램(UEP)에 대해 ‘우려’를 표현하면서 비핵화를 강조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한 대목을 주목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대화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과 도발 방지 약속은 정부가 북한에 계속 요구해왔던 사안들”이라며 “우리 대북정책이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크게 흔들릴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0일 북한의 대화 공세에 대해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와 도발 방지 약속,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확인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남북 당국 간 만남을 제안한다”고 응수했다.

6자회담 관련, 미·중 정상 간의 공동성명이 회담 자체가 아니라 ‘회담 절차(process)’의 조속한 재개라는 표현을 쓴 것에도 주목한다. 외교 소식통은 “‘절차’란 말 속에 남북관계 개선이 들어 있고 북한의 핵 사찰단 복귀와 9·19 공동성명 준수 등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선행조건 이행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남북 대화를 통해 핵문제를 의제화하고 한반도 논의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동성명에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도발과 그 책임을 묻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워하면서도 “중국의 반대가 예상됐던 만큼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다”(안보 부서 당국자)며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당국자는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에서 변한 게 없다”고 했다. 쌀과 돈만 챙기려는 북한의 대화 공세는 ‘진정성’이나 ‘책임 있는 조치’가 아니기에 손을 잡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남북 모두에 새로운 숙제”

정부의 한 소식통은 “미·중 공동성명이 남북 모두에 새로운 숙제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남북이 대화를 놓고 계속 평행선을 달릴 경우 미국은 남한에, 중국은 북한에 각각 ‘조금씩 양보하고 대화에 나가라’고 등을 떠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중은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형식을 빌려 남과 북을 상대로 대화를 독려할 수 있다. 다음 주 방한하는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이 이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성명이 6자회담 절차의 조속한 재개를 위한 ‘필요한 조치’를 촉구하면서도 그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미·중이 물밑에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마지노선을 정하고 이를 북한에 제시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미·중이 남북 대화를 무한정 기다려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정부가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능동적으로 해법을 찾을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안용현 기자 ahny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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