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강성대국’을 입버릇처럼 되뇌어온 북한이 갑자기 ‘2020년 선진국 진입’을 언급했다. 북한이 내년까지 경제난을 타개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자인하고 사실상 목표 시한을 2020년으로 늦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5일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 수립 소식을 전하며 “(이 계획에 따라) 2012년에 강성대국의 대문으로 들어설 기틀이 마련되고 2020년에는 앞선 나라들의 수준에 당당하게 올라설 수 있는 확고한 전망이 펼쳐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2007년 11월부터 김일성 탄생 100주년인 2012년에 ‘기어이 강성대국의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겠다’는 표현을 습관적으로 써왔다”며 “이에 비해 ‘대문으로 들어설 기틀을 마련한다’는 표현은 확실히 목표를 하향조정한 느낌”이라고 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 스스로도 2012년 강성대국 완성은 힘들다고 보고 ‘2020년에 선진국 수준에 올라서겠다’는 말을 슬그머니 끼워넣은 것 같다”며 “그렇다고 ‘2012년 강성대국’이란 말이 입에 밴 북한이 이 표현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 흔적만 남기는 식으로 말장난을 한 것”이라고 했다.

또 조선중앙통신은 ‘2020년 선진국 진입’ 주장에 이어 “내각은 국가경제개발 전략계획에 속하는 주요 대상들을 전적으로 맡아 실행할 것을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에 위임했다”고 전했다.

대풍그룹은 2009년 12월 북한이 외자를 유치하겠다며 조선족 사업가 박철수를 내세워 설립한 회사다. 하지만 거창한 출발과는 달리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 제재로 지금까지 외자 유치 실적은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강성대국론(論)’은 김정일이 공식 집권한 1998년부터 등장했으며, 2012년이란 목표 연도는 2007년 11월 30일 열린 전국지식인대회에서 정해졌다. 이후 북한은 수시로 ‘2012년 강성대국’을 언급해왔다.

/이용수 기자 hejsu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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