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경제특구인 나선특별시(함경북도에 위치)에 중국군이 최근 진주하고 있는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중국군의 북한 주둔은 1994년 12월 중국군이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철수한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청와대 당국자는 이날 “중국이 나선에 투자한 항만시설 등의 경비를 위해 소수의 중국군을 주둔시키는 문제를 북·중이 논의한 것으로 안다”며 “중국군이 주둔했다면 정치·군사적 이유라기보다 시설 경비나 중국인 보호 차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둔 중인 중국군의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 급변 시 중국군의 개입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중국군의 나선 주둔은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북한은 ‘자주’와 ‘주체’를 강조하며 우리측에 ‘미군 철수’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특히 북·중 국경에는 중국군의 그림자가 계속 어른거리고 있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지난해 12월 15일쯤 한밤에 중국산 장갑차와 전차 50여대가 중국 싼허(三合)에서 두만강을 넘어 북한 회령(함북)으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당시 싼허 주민들은 장갑차의 요란한 이동 소리에 잠을 깼다고 한다. 회령과 나선특별시는 직선거리로 불과 50㎞쯤 떨어져 있다. 또 비슷한 시기에 중국 단둥(丹東)에서 군용 지프들이 신의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소식통은 “중국산 장갑차는 소요 사태 진압용으로, 지프는 탈북자 단속에 쓰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남주홍 국제안보 대사는 “북한 급변 시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탈북자의 대량 유입으로 동북 3성이 혼란해지는 상황”이라며 “나선 주둔을 계기로 중국은 유사시 자국민 보호 등의 명목으로 병력을 대폭 투입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북중 간의 군사 교류도 작년 김정일의 두 차례 방중(訪中) 이후 활발하다. 중국 군부의 최고위급인 궈보슝(郭伯雄) 중앙군사위(주석 후진타오) 부주석은 작년 10월 말 방북해 김정일·김정은 부자와 면담했다. 당시 김정일은 “북중 혈맹”을 강조했다.

나선 지역의 경우, 작년 12월부터 중국 대표부가 상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중국은 나선항 부두의 개·보수를 마치고 동북 지역의 자원을 남방으로 운송하고 있다.

지난 3일 중국 신화통신과 지린(吉林)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은 작년 12월 7일 지린성 훈춘지역 광산에서 생산된 2만의 석탄을 상하이(上海) 등으로 나를 때 처음 나선항을 이용했다. 오는 4월부터 중국 전기가 직접 나선에 공급될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대북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NK’는 최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과 중국은 지난해 12월 나선항에 3개의 부두를 추가 건설하고 지린성 취안허(圈河)와 나선특별시 사이에 고속도로와 철도를 건설하는 내용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며 “이들 공사장의 노동자로 뽑히려는 주민들 간에 경쟁이 치열하다”고 보도했다.

또 나선에는 북한의 투자 요청에 따라 입국하는 중국인 수가 계속 늘고 있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중국인에 대한 북한 보위부의 통제가 거의 사라졌다”며 “북한도 중국군 주둔을 원하지 않지만 중국 자본을 받아내려면 어쩔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일은 작년 1월 나선시를 특별시로 승격시킨 뒤 외자 유치 등을 위해 특구법을 개정했다.

/강철환 기자 nkch@chosun.com

/안용현 기자 ahny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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