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북한을 이란·이라크와 함께 러시아·중국에 이은 세계 3위의 「안보위협국가」로 분류한 것은 북한이 세계평화에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이며, 동시에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안보가 얼마나 위중한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이것은 부시 행정부가 대량 살상무기 확산방지라는 미국의 대외정책 추진을 위해 평가한 자료이기는 하지만 우리에게도 똑같은 비중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부시 행정부가 별도의 테스크포스 팀을 구성해 평가한 6개 항목 모두에 걸쳐 위협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생물무기, 화학무기, 핵무기 및 테러리즘 등 6개 분야 모두가 우리에게 직접적이고도, 가공할 피해를 줄 수 있는 분야다. 생물무기의 경우, 수주 내에 세균전에 사용할 수 있는 탄저균·천연두 등 10여종의 균을 개발해 저장해 두고 있으며, 화학무기의 경우는 세계 3위의 생산국이면서도 화학무기협약(CWC)에 가입하지 않아 그에 대한 국제적 제재수단이 현재로선 전혀 없다.

핵무기의 경우는 지난 94년 제네바협약으로 현재 및 미래에 대한 개발은 일단 동결하기로 합의했으나 과거핵에 대한 검증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은 제네바 합의에 따라 건설중인 옌볜(영변) 경수로의 핵심부품 공급시에, 과거핵에 대한 검증을 하려면 최소 3년 전부터 준비절차를 시작해야 한다며 북한의 협조를 요구하고 있으나 북한은 계속 거부하고 있다.

테러문제의 경우 미국테러사태 이후 2개의 반테러협약에 가입하는 등 외형적으로는 새로운 국제질서에 순응하는 척하면서도 구체적인 행동에 있어서는 미흡하다. 미국으로부터 테러지원국 지정을 받게 된 직접적인 요인인 요도호 납치범을 아직도 추방하지 않고 있으며, 북한이 가지고 있는 막대한 테러정보의 국제적 공유를 기피하고 있다. 탄도 미사일문제도 마찬가지다.

물론 북한이 반테러협약에 가입하고 과거핵 사찰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옌볜의 방사성동위원소 연구소에 대한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방문을 허용한 것 등은 과거의 폐쇄적이고 완강한 비타협적인 태도에 비하면 진전된 자세이다. 그러나 북한의 본질적 자세가 변한 징후는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자세는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가속화할 뿐이며 대량 살상무기 문제가 이미 세계의 중심화두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을 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북한 권력핵심부는 「세계의 변화」를 읽지 않고서는 북한의 생존자체가 어렵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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