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걸림돌 제거 작업 시작

김정일 시대에 나는 새도 떨어뜨렸다는 당(黨)작전부장 오극렬과 김정일의 매제 장성택 세력이 김정은 체제 이후 본격적인 견제 대상으로 전락했다.

북한 내 고위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2월 초 200여명에 가까운 고위간부들이 보위부에 연행돼 처형되거나 수용소에 수감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번에 체포된 고위간부 중에는 노동당 재정경리부 산하 서경회사 사장, 인민무력부 산하 54호 무역회사 사장, 군부 산하 석탄무역회사 사장 박정수, 조선연유총국 총사장, 대흥무역회사 사장 리종호 등 군과 당 기관 산하 무역회사 고위간부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장성택 라인으로 알려진 대흥총국 원산지사장 리철수는 부정축재와 스파이 혐의로 국가보위부에서 조사를 받다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사건은 그의 자살로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체포된 다른 간부들을 통해 다른 인물들이 줄줄이 엮이면서 '2차 사정'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간부 숙청은 김정일 부자(父子)와 국가보위부 제1부부장 우동측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철저한 내사를 거친 끝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보위부는 새벽에 해당 간부의 집을 기습해 거의 모든 간부 집에서 거액의 달러를 발견해낸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간부 집에서는 100만달러가 나왔다는 소문도 있다. '이번에 연행된 자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는 추측도 나온다. 김정은은 "조국이 어려울 때 돈을 축재한 자들은 유사시 다른 꿈을 꾸는 자들로 인정하라"며 5만달러 이상 발견된 자들을 무조건 연행, 보위부에 수감하라고 지시했다.

검거된 이들 대부분은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장성택 라인이나, 오극렬 라인이 포진해있는 과거 당(黨)작전부 산하에서 외화벌이하던 핵심 간부들이다. 바로 이 때문에 장성택과 오극렬의 손발을 자르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김정은에 대한 권력 이양과정에서 최대의 걸림돌로 분류되는 것이 바로 이 두 사람.

현재 북한에서는 건강문제가 심각한 김정일을 대신해 김정은의 지시가 하달되고 있지만, 실제 권력은 장성택에 집중돼 있다. 김정일은 쓰러지기 전 당 정치국의 역할을 무시하고 '측근정치'로 일관했다. 김정일이 쓰러져 모든 업무가 마비되자 장성택이 이 권한을 임시로 넘겨받았다. 김정일이 쓰러지고 김정은이 등장하기 전, 모든 권력은 장성택에게 돌아갔다. 그러니 후계자 김정은에게 권력을 완전하게 넘겨주려면 궁극적으로 장성택을 제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한 고위탈북자는 "김정일이 뇌출혈 등으로 쓰러진 사이 권력을 움켜쥔 장성택의 파워를 김정은에게 빨리 넘겨줘야 하겠지만 모든 것이 김정일의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성택이 과거 김정일을 만들어준 김일성의 삼촌 김영주를 가장 먼저 숙청한 전례가 있다'면서 '노련한 그가 여기에 대비를 철저하게 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장성택이 쉽게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일의 건강문제와 맞물린 후계구도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란 속에 빠져들고 있다.

/강철환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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