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독일 통일은 우리도 통일을 할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비용'에 대한 공포를 가져왔다. "엄청난 통일 비용 때문에 남·북한이 같이 망할 수도 있다"는 식의 얘기가 떠돌았다. 그러나 최근 통일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조영기 고려대 교수는 "현재 북한은 부실기업이지만 값싼 토지와 풍부한 노동력이란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남한이란 우량기업이 북한을 M&A(인수·합병) 한다는 식의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북한 재개발 프로젝트'란 개념을 도입하면 "통일 이익(편익)이 비용보다 클 것"(조동호 이화여대 교수)이란 분석이 가능해진다. 통일 투자(비용)는 북한 주민들의 소득 향상과 산업 발전을 가져오게 되고, 이는 다시 남한 상품에 대한 구매력 증대로 이어진다. 조동호 교수는 "북한 투자 과정에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고, 북한 경제 활성화로 세입(歲入)이 늘어나면 우리의 비용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수밖에 없다"며 "오를 땅값을 담보로 외자(外資) 등을 유치해 첨단 공장을 짓거나, 북·중 또는 북·러 국경 도시를 마카오처럼 개발하면 주변국 돈을 끌어모을 수 있다"고 했다. 독일도 옛 동독 지역에 자동차(폴크스바겐)·광학(칼 자이스) 공장 등을 지었는데, 이들은 지금 유럽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이상만 중앙대 교수는 "통일 비용과 관련, 정부도 국민 반감이 큰 세금(통일세) 얘기부터 꺼낼 게 아니라 세금을 가장 적게 걷는 방법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 비용(투자)은 세금뿐 아니라 국채, 해외 차입, 선진국 ODA(공적개발원조), 성금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달할 수 있고 북한 개발의 속도·방향에 따라 그 규모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한쪽에선 감세(減稅)를 주장하면서 다른 쪽에선 통일세를 걷자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국책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통일 대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건전성"이라며 "해외 차입 금리, 국채 가격 등이 모두 재정건전성과 관련 있는 만큼 '나라 빚'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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