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상부(上部) 지휘구조를 20년 만에 확 바꾸는 작업이 조기 추진되는 것은 천안함·연평도 사건 등 북한의 잇단 고강도 도발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이 미비(未備)했었다는 반성 때문이다.

◆왜, 무엇이 달라지나

지난 3월 천안함 사태 때 합참 상황실의 해군 장교는 청와대에 근무하는 해군 선배 장교에게 국방장관이나 합참의장에 앞서 최초 상황보고를 먼저 해 청와대가 군 수뇌부보다 사건 발생 사실을 먼저 알았다. 또 해군참모총장은 당시 현장에서 사실상 수색구조 및 인양작전을 지휘했으나 실제로 현행 법령상에는 작전지휘권이 없어 어정쩡한 상태였다. 연평도 사건 때에도 6문에 불과한 K-9 자주포, 50년 넘은 해안포 등 ‘소군(小軍) 중의 소군’인 해병대에 대한 열악한 장비지원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모두 육·해·공 3군의 합동성, 군정(軍政)·군령(軍令)권 행사가 구분돼 있는 데 따른 문제였다. 현재 정부와 군당국에서 검토 중인 군 상부 지휘구조 개편안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동군사령부를 신설하고, 기존의 육·해·공군 본부를 육·해·공군 사령부로 개편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대장급인 합동군사령관은 작전·지휘 등 합참의장의 기존 군령권에 인사·군수 등 군정권을 추가로 갖게 돼 강력한 힘을 행사하게 된다. 합참의장도 별도로 두지만 자문 역할 등 상징적인 존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군 당국은 이를 통해 육·해·공군 및 해병대 간 ‘자군(自軍)이기주의’ 때문에 갈등을 빚어 합동작전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나 보고 및 상황조치 지연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의 육·해·공군 본부가 바뀌는 육·해·공군 사령부는 기존 육군 군사령부, 해·공군 작전사령부도 흡수통합하기 때문에 지휘계선이 단순화, 지휘전파 시간을 단축시키고 조직 통폐합에 따라 장성 숫자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기추진 배경

지난 3월 천안함 폭침 사태 후 발족한 대통령 직속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는 지난 9월 합동군사령부 창설 등 군 상부 지휘구조 개편안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곧이어 ‘바통’을 넘겨받은 대통령 직속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도 지난 6일 이 대통령에게 거의 같은 내용을 건의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군 당국은 지난달 말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시큰둥한 반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상부 지휘구조를 바꾸는 것은 군의 뼈대를 바꾸는 대수술이어서 중장기 과제로 신중하게 추진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는 현정부 임기 중엔 검토만 하고 실제 추진은 오는 2012년 대선을 통해 등장할 다음 정부에서나 해볼 수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 얘기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등 청와대에서 천안함 사태 후에도 군의 국방개혁이 지지부진하다는 질타와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고 지난달 말 연평도 포격사건 때 군 수뇌부의 소극대응 문제까지 불거지자, 지휘구조 개편에 소극적이었던 군 수뇌부의 입장도 최근 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상부 지휘구조 개편은 군내에서도 필요성에 대해선 오래전부터 공감했던 사안”이라며 “다만 시기와 추진방법이 문제였는데 김관진 국방장관 등 일부 군 수뇌부도 조기추진에 공감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해결돼야 할 과제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 법령 개정 및 군내 의견 수렴, 세부추진 계획을 마련하고 이르면 내년 말까지, 늦어도 2012년 말까지 지휘구조 개편작업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계획이다. 상부 지휘구조 개편은 국군조직법 등 법령 개정이 필요해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며 야당이 반대할 경우 진통이 예상된다.

군내 공감대 형성도 남은 과제다. 합동군사령부 창설에 대해 해·공군 일각에선 육군을 중심으로 해·공군을 흡수해 사실상 통합군(統合軍)사령부를 만드는 것 아니냐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80년 말 노태우 정부 시절 이후 합동군사령부(국방참모총장) 창설, 군정·군령권의 통합 등이 몇 차례 시도됐으나 해·공군의 강한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었다.

일각에선 해병대 병력 증강, 서해북부 합동사령부 창설 등 육군 출신 수뇌부에서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진 국방개혁 과제들을 지속적으로 감시·감독할 ‘국방개혁추진점검단’ 발족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육군 중심주의와 해·공군 반발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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